패스트트랙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충돌 불가피

입력 2019-12-24 04:08

국회가 23일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정국에 돌입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개혁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청문회 전망이 어둡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증인 채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행했다. 다음 달 초에 열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사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추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확정하려 했으나 증인 채택 문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당은 추 후보자가 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이 민주당 단수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며 가족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증인들이 수사와 관련돼 있다’며 전면 거부했다.

김도읍 간사는 “추 후보자가 지금 울산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될 상황인데 관련 증인을 안 부르면 청문회가 되겠느냐”며 “결백하면 나와서 결백을 주장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송기헌 간사는 “추 후보자 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울산 사건에 대한 정치공세의 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청문회와 관계없는 울산 사건 관련 증인은 받을 수 없다”고 맞섰다.

여야는 24일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다시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나 30일로 예정된 청문회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회에 증인·참고인을 세우려면 출석요구서를 청문회 5일 전에 보내야 한다. 그러나 23일 여야는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 법안의 상정 문제를 놓고 강하게 충돌했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했다. 이에 법사위에서 여야가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정 후보자의 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의 경우 다른 국무위원과 달리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임명 동의에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낸 정 후보자가 행정부 2인자인 총리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