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통화 90분후 지원 보류 지시”… 상원 탄핵 공방전 예고

입력 2019-12-24 04: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25일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호텔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백악관 예산국 관료가 지난 7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직후 국방부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보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폭로됐다. ‘퀴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 의혹과 직결되는 내용이 추가 공개됨에 따라 향후 상원 탄핵심판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미 언론들은 22일(현지시간) 비영리 감시단체 공공청렴센터(CPI)가 입수한 문건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뒤 90분 정도 지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당국자들은 국방부에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동결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통화한 당일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대가성 거래 관련 움직임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해당 문건은 CPI가 미 정보자유법에 따라 국방부에 요청한 자료로 총 146쪽 분량의 문서로 이뤄졌다.

문건에 따르면 OMB 소속 마이클 더피 국가원조프로그램 부국장은 두 정상의 통화 당일 국방부 회계 담당자인 일레인 맥커스커에게 ‘우크라이나 해외원조’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더피 부국장은 “내가 받은 지침과 안보원조 계획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검토하려는 행정부의 계획을 비춰볼 때, 국방부는 이 기금에 대한 추가적인 의무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메일에는 “요구사항의 민감한 성격을 감안했을 때 당신이 이 정보를 알아야 할 이들에게만 국한해 정보를 제공한 일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발언도 포함됐다. 명령을 실제 수행할 이들 외에는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은 것을 치하한 것이다. CNN은 이와 관련해 “더피 부국장은 군사원조 보류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맥커스커는 이후 9월 5일 더피 부국장에게 메일을 보내 우크라이나 원조금 집행이 회계연도 내에 처리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더피 부국장은 같은 달 11일 답장을 보내 우크라이나 원조 중단 조치가 풀렸다는 사실을 알렸다.

민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더피는 누구에게 명령을 받았고, 왜 그렇게 했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의 사람들이 선서를 하고 증언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상원 탄핵심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증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갈 길 바쁜 민주당에 악재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더그 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상원 표결에서 ‘탄핵 반대’를 던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존스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해 “점(의혹)들이 이어져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며 탄핵 사유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점들이 이어지지 않고 (트럼프의) 무죄와 일치하는 다른 설명들이 있다면 나는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 드러난 부분과 전체 그림 사이에는 갭(틈)이 있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표를 던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중 상원 탄핵안 표결에서 ‘탄핵 반대’ 입장에 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존스 상원의원이 처음이다. 그의 스탠스는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고, 트럼프 진영에는 엄청난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