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국 도마’에 오른 두 드라마

입력 2019-12-24 04:07
최근 한층 거세진 북한 도발과 검찰 개혁 논의로 인해 덩달아 시청자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는 드라마들. 북한 배경의 로맨스물 ‘사랑의 불시착’(tvN·위쪽 사진)과 시골 지청 검사들의 생활을 담백하게 그린 ‘검사내전’(JTBC). 각 방송사 제공

최근 난데없이 사람들 입길에 오른 드라마 두 편이 있으니 ‘사랑의 불시착’(tvN)과 ‘검사내전’(JTBC)이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가만히 뜯어보면 수작에 가까운 이들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정세(政勢)’였다.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미화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처음 방송된 극은 북한 장교 정혁(현빈)과 남한 재벌 여인 세리(손예진)의 로맨스를 그린다.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 작품답게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떨어진 세리가 정혁을 만나는 과정이 발랄하게 풀어졌다. 극이 느닷없이 눈총을 받은 건 이 과정에서 북한 생활상이 퍽 구체적으로 담겼기 때문이다. “로맨스를 위한 단절된 공간일 뿐”이라는 이정효 PD의 설명에도 온라인에선 북한 주민들의 삶이 소박하고 평화롭게 그려지는 것에 대한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는 북한이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는 등 도발 수위를 올리며 악화된 대북 정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었던 2000년 당시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한 군인들의 우정을 그렸음에도 별다른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사랑의 불시착을 미화로 단정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는데, 극에는 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꽃제비를 비롯해 잦은 정전 등 뒤처진 기술 속 북한 주민의 모습도 두루 담긴다. 2008년부터 시놉시스 기획을 시작했다는 박 작가는 전 보위사령부 간부부터 장마당 상인까지 탈북민 수십 명을 취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들의 이야기인 검사내전도 우려의 시선이 쏠렸던 경우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정국을 거치면서 검찰 개혁 논의가 한층 첨예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6일 첫 회 직후에는 “물타기 아니냐”는 네티즌의 불만이 더러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초 김웅 검사의 동명 에세이 판권 논의를 시작해 촬영에 들어간 제작진으로서는 이런 까칠한 코멘트에 답답한 마음도 적지 않았을 테다.

다행히 호감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검사내전의 검사들은 영화 ‘부당거래’(2010) 등 숱한 작품 속 권력 투쟁과 음모로 얼룩졌던 검사들과는 다르다. 평범한 직장인처럼 하루하루 작은 정의를 실현하는 시골 지청 형사부 검사들 얘기로 향후 휴머니즘적 스토리를 진득하게 풀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두 드라마를 향한 설왕설래가 많은 건 그만큼 인기가 대단한 작품들이어서다. 사랑의 불시착은 방송 첫 주에 콘텐츠영향력지수(CPI) 정상을 차지했다. 8%(닐슨코리아)대인 시청률도 오름세다. 5%를 기록한 검사내전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 간 호흡이 돋보이는 극이다. 특히 주연인 이선균과 정려원의 호연은 굵직한 사건 하나 없는 극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