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자녀 언어 배움터… 지역주민과 소통·교류의 장

입력 2019-12-24 17:47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중국전통의상 치파오를 입은 어린이가 ‘다문화 어린이 작은 책마루’에서 그림책을 보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2006년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결혼이주여성 마르트씨는 매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함께 서울 성동구 도선동에 있는 ‘다문화 어린이 작은 책마루’를 찾는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중 언어 학습에 대한 어려움이 컸다. 특히 모국 유아도서를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몽골 유아도서는 물론 아이와 함께 편히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령기가 접어들기 전 이중 언어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마르트씨는 베트남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이주여성과 함께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기로 했다. 1년여간 공간 디자인부터 도서 선정, 운영방법까지 직접 계획하며 노력한 끝에 지난 6월 ‘다문화 어린이 작은 책마루’를 열었다.

‘다문화 어린이 작은 책마루’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언어 학습 고충을 해소하는 배움터이자 지역주민이 함께 소통하고 자조모임을 갖는 공간이다. 지자체에서 조성한 독립된 공간의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으로는 서울시에서 유일하다. 총 61.35㎡ 면적에 6개국 언어로 된 유아·어린이 도서 2500여권을 갖춘 것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구는 이러한 강점을 살려 이중 언어 코치를 채용해 개관 이후 매주 학습지원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중국, 몽골인 선생님이 직접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신한카드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아름인 다문화 어린이 무지개도서관’도 개관했다.

2018년 말 기준 성동구에는 약 1만2000여명의 외국인 주민 등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가 1만명 이상인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41개이다. 이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국가별 자조모임은 외국인 주민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다”며 자조모임의 활성화를 특히 강조해 왔다. 성동구는 이들의 활동을 위한 공간 조성, 활동비 및 문화체험 지원 등을 맡고 있다.

특히 구는 국적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중점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 10월 다문화가족 소통 공간 ‘다가온(ON)’이 문을 열었다. 5년간 운영해온 다문화 커뮤니티 공간 ‘카페 이음터’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성가족부 사업에 공모, 1억1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보다 넓은 공간으로 이전해 행당동에 ‘다가온’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정 구청장은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이 국가적으로 수립되기 시작한지 12년이 지났다. 이제 다문화 주민에 대한 선심성 정책, 다문화 주민을 위한 정책으로는 지역민과의 상생을 이뤄낼 수 없다”며 “앞으로도 다문화 주민의 고민과 필요에 답하는 정책으로 이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민택 드림업 기자 holoha@dreamu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