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하고 혁신 막으면서 “구조개혁하겠다” 강조…
이런 자기모순 인식도 못 하는 데 경제 회복 되겠나
새해 나라 경제를 어떻게 운용할지를 담은 계획표가 ‘경제정책방향’이다. 정부는 19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기 반등 및 성장잠재력 제고’를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심각한 경기 악화의 급한 불을 끄면서, 구조개혁을 통해 장기 성장동력의 둔화도 막겠다는 게 골자다.
단순한 경기 사이클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성장동력 하강에까지 이른 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듯해 다행스럽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딱 거기까지다. 경기부양 부분은 알맹이 없이 장밋빛 일색이고, 구조개혁은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가 민간·민자·공공 ‘3대 분야 총 100조원’ 투자다. 정부는 이 중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로만 25조원을 채우겠다고 했다. 기업 투자가 워낙 줄어드니 이렇게라도 해야 했을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시키고 권유한다고 기업들이 안 하던 투자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지난 2년간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서 받았던 투자계획이 실제로 집행됐다면 경기가 이렇게 가라앉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와 똑같은 ‘계획을 위한 계획’의 재현이다. 투자 환경이 좋고 사업 기회가 생기면 정부가 말려도 투자하는 게 기업이다. 그러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든, 장기 성장동력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든 속도감 있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잠재성장률 제고, 5대 분야 구조개혁 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말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공공기관에서마저 직무급으로의 전환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라는 게 ‘사회적 대화(경사노위 등)를 통한 공감대 확산’이다.
혁신동력 강화, 과감한 규제 혁신이라는 구절이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도 거듭해서 강조돼 있다. 하지만 여당의 주도와 국토교통부의 지원으로 ‘타다 금지법’이 발의돼 통과 직전에 있는 게 현실이다. 가격 통제를 겨냥해 고가 주택 대출 금지도 밀어붙이는 반(反)시장적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반기업을 넘어 반시장적인 조치를 서슴없이 하는 게 이번 정부다. 그러면서 경기부양을 하고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자기모순을 자각하지도 못하는 듯하다. 이런데 어떻게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나.
[사설] 내년 경제정책, 反시장적 발상 고치는 게 우선이다
입력 2019-12-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