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해 울산시장 후보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단수공천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 시장과 경선을 치르려는 경쟁자들에게 경선 불출마를 조건으로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지방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던 청와대의 입장과 배치된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청와대로부터 ‘경선에 나가지 않는 대신 다른 자리를 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다수 언론과 인터뷰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제안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라고 했다. 경선 불출마를 조건으로 제안, 거론된 자리는 공사 사장 자리와 일본 주재공관의 총영사직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울산 지역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 전 최고위원은 오사카 총영사직을 희망했지만, 청와대로부터 고베 총영사직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들어본 적 없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임 전 최고위원도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친구들과의 사적인 자리에서 그런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임 전 최고위원 이외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비슷한 청와대의 접근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송 시장의 측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압수한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을 단일 후보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가 경쟁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식의 문구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청와대가 송 시장 측의 공약 수립과 예산 책정 등에 도움을 준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2017년 10월 ‘서울 지역균형발전위, 단체장 후보 출마시, 공공병원(공약). 산재 모(母)병원 좌초되면 좋음’ 등의 메모가 송 부시장 수첩에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울산, 학성고 출신, 이진석’ 메모도 발견하고 당시 이들 모임에서 산재 모병원 좌초(국민일보 12월 18일자 1·14면 보도)가 논의됐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2018년 1월에는 ‘공공병원 예산을 이미 확보했다고 의지를 천명하라’는 메모도 수첩에 쓰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해 3월엔 ‘이진석 비서관(BH 회의)’ 메모도 발견됐다. ‘총사업비 2000억원 부지비 포함, 기재부 반대가 예상되니 대비하라’ ‘울산시가 부담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전략도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 수첩에는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는 취지의 문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첩보 경로 확인을 위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4층에 있는 국무총리실 문모(52) 사무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문 사무관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2017년 10월 송 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제보 받아 첩보 문건을 작성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