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년부터 中 바이두 AI 칩 양산 돌입

입력 2019-12-19 04:05

삼성전자가 내년 초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의 AI(인공지능) 칩 양산에 돌입한다. 반도체 수요가 5G 모바일, 자동차, 로봇 분야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사업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중앙처리장치(CPU) 등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면서 시스템반도체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클라우드부터 엣지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의 AI에 활용될 수 있는 칩 ‘쿤룬(KUNLUN·사진)’을 바이두 자체 아키텍처와 자사 14나노 공정 등을 적용해 구현했다고 18일 밝혔다. 삼성전자와 바이두가 파운드리에서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생산까지 바이두와 긴밀히 협조했다.

삼성전자는 쿤룬에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용, 기존 대비 전력·전기 신호 품질을 50% 이상 향상시켰다. 칩에 신호가 전달될 때 발생하는 노이즈를 개선함으로써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회로가 보다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게 했다.

이번 양산 계획 발표는 그동안 삼성의 파운드리 분야가 모바일에 치중된 것에서 벗어나 HPC용 분야까지 넓혔다는 의미를 갖는다. 바이두 측 AI 반도체 개발 총괄 담당자는 “쿤룬은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목표로 하는 매우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며 “삼성의 HPC용 파운드리 솔루션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대만의 TSMC를 뒤쫓고 있지만 애플 등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한 이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형국이다. TSMC는 중화권 업체들과도 거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3분기에서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TSMC 매출 기여도는 전년 동기 대비 5% 포인트 늘어난 20%를 차지했다. 이번 삼성전자와 바이두의 파운드리 협력은 중화권 업체를 등에 업은 TSMC와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시장에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CPU 업체인 인텔이 삼성전자에 대한 파운드리 비중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삼성에는 호재다. TSMC가 인텔의 경쟁사인 AMD 제품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화웨이와 거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견제 차원에서 삼성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2%가량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파운드리·로직 설비투자가 26%로 크게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길게는 1년 이후의 시장 성장세를 전망할 수 있는 선행 지표이기 때문에 위축됐던 반도체 시장이 머지않아 반등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