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지역 랴오닝성에 있는 심양(瀋陽·선양)은 우리에겐 조선시대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가 병자호란 후 인질로 잡혀갔던 곳으로 기억되는 지명이다. 그 심양에서 보존해온 청 황실 유물이 한국에 왔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내년 3월 1일까지 세계 왕실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전이 그것이다.
심양은 1625년 청나라 태조 누르하치가 랴오양(遼陽)에서 이곳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청나라의 첫 번째 수도가 됐다. 누르하치의 뒤를 이은 청 태종 홍타이지는 1636년 국호를 후금(後金)에서 청(淸)으로 바꿨다. 그는 그해 조선을 침략해 결국 인조로부터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를 받은 인물이다.
청나라는 이후 1644년 명나라의 군사적 요충지인 산해관 전투에서 승리한 후 베이징으로 천도했고, 심양은 청나라 제2의 수도가 됐다.
심양 고궁은 이런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심양 중심부에 있는 심양고궁박물원은 베이징 고궁과 함께 현재까지 전해지는 가장 온전한 중국 황실 궁궐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총 120건의 유물이 왔다. 이 가운데 ‘누르하치 시보(諡寶·죽은 뒤 호칭인 시호를 새긴 인장)’ ‘누르하치 및 홍타이지 칼’ 등 한국의 국보·보물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1급 문물이 13점이나 된다. 누르하치 칼은 명 황실이 누르하치를 용호장군으로 임명할 때 수여했던 ‘용호장군 검’이다. 해당화 손잡이 끝 장식에 사슴과 학 등이 새겨져 있다. 홍타이지 칼은 그가 전쟁터에서 사용한 것이다. 홍타이지가 입었던 일상복으로 둥근 깃에 단추를 한쪽으로 여미는 만주족 전통 양식의 포복(袍腹), 황제가 사용했던 길복(吉腹)인 황룡포 등이 나왔다.
이번 전시는 심양고궁박물원과 국립고궁박물관이 함께 준비한 교류 특별전시로 올해 심양고궁박물원의 소장품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먼저 선보이고, 내년에는 심양고궁박물원에서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품이 전시된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