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1)이 안주보단 도전을 선택했다.
김광현은 5년 전 이미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계약 조건이 좋지 못해 좌절됐다. 2017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1년을 통째로 쉬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나 SK 와이번스 에이스로 부활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또 하나의 인간승리다.
나쁘지 않은 계약규모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기간 2년, 총액 800만 달러(약 93억4000만원)에 계약했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로 매년 150만 달러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 최대 1100만 달러다.
이는 2016년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37)이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할 때 1+1년, 최대 1100만 달러와 비슷하다. SK에서 뛰다 올 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역수출된 메릴 켈리(31)의 2년, 550만 달러보다 낫다. 두산 베어스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한 조쉬 린드블럼(32)의 3년, 보장 금액 912만5000달러, 최대 1800만 달러엔 조금 못 미친다. 결코 나쁘지 않은 계약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적료 규모는 적다. 지난해 한·미 선수계약협정이 개정됐다. 포스팅시스템도 달라졌다. 총액 2500만 달러 이하일땐 보장금액의 20%를 이적료로 지불하게 됐다. SK가 받을 이적료는 800만달러의 5분의 1인 160만 달러다.
김광현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찬호와 류현진 선배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라며 “빅리그 마운드에 같이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선발보단 등판 기회 우선
김광현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통산 298경기 중 276경기를 선발로 등판했다. 뉴욕 메츠를 비롯해 LA 다저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카고 컵스 등 많은 구단의 영입 제의가 있었다. 그런데 김광현의 선택은 세인트루이스였다.
이유는 선발 보직보단 등판 기회 보장에 있었다. 김광현은 기자회견에서 “선발투수가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도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도 “(영입을 추진한) 몇몇 선수들은 선발 보장만 고집했다”며 “우리는 좀 더 융통성이 있는 투수가 필요했고, 김광현이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등판 기회 보장을 위해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넣었다.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을 마이너리그로 보내려면 김광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그렇다고 선발 진입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모젤리악 사장은 “김광현은 구원이나 선발로 뛸 수 있고, 혹은 둘 다로도 뛸 수 있다”며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잭 플래허티(24), 마일스 미콜라스(31), 다코타 허드슨(25) 등 3선발까지 갖추고 있다. 애덤 웨인라이트(38)도 있다. 모두 우완 선발이다. 좌완 투수 김광현은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 노력 여하에 따라 4~5선발 진입도 노릴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중부 최강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이다. 1882년 창단해 137년 전통을 자랑한다. 세인트루이스 브라운 스타킹스에서 브라운스, 퍼펙토스를 거쳐 1900년 홍관조를 뜻하는 카디널스가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통산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뉴욕 양키스의 27회에 이어 두 번째다. 지구 우승은 14번, 내셔널리그 우승은 19회 차지했다. 올 시즌 91승71패, 승률 0.562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에 패해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홈구장은 2006년 4월 개장한 부시 스타디움이다. 4만6000명의 관중을 수용한다. 좌·우측 담장까지 102.4m, 가운데 담장까지 121.9m로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분류된다.
김영석 선임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