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 본관 앞에서 벌어진 ‘태극기 집회’에 여권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고발했다. 이틀째 이어진 규탄대회는 집회 참가 시민의 국회 출입이 통제되면서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한국당은 “시민의 국회 경내 진입을 막은 것은 폭거”라며 도리어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한국당은 17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고 “문희상 사퇴” “더불어민주당 해체”를 외쳤다. 황 대표는 “여기 온 분들은 500명이지만 못 들어온 분까지 하면 100배가 넘는 5만명”이라며 “이 나라가 좌파 독재로 빠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의원들과 함께 지지자들이 있는 국회 정문 밖까지 행진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황 대표와 심 원내대표 등을 ‘폭력 집회’의 책임을 물어 고발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는 불법 폭력 집회를 주최, 선동하고 집회 참가자의 폭력을 수수방관했고, 심 원내대표는 폭력에 동원된 무리가 국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우라고 의원들에게 지시했다”며 이들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본관 앞에서 농성하던 당직자와 당원들이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한국당 의원들을 찾아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해 항의했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집회 참석자가 머리를 붙잡고 욕설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덮어씌우지 말라”며 맞받으면서 고성이 오갔다.
국회 마비 사태 이후 국회사무처는 “경내 집회에 엄정 대처하겠다”며 외부인이 참가하는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3000여명의 경력을 국회 주변에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너무 강경 일변도의 투쟁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폭력 집회로 인해 중도층과 수도권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강경 행보에 대한 당내 비판에 대해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의총 때 졸고 있는 한 의원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고 면박을 준 뒤 “청와대 앞 단식 농성 당시 (의원들과) 단일대오가 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금 한국당이 나라를 살리겠다는 절절함이 없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웃고 하는 게 진짜 절박함이 있는 것이냐는 지적이 있다”며 “대표가 정치를 몰라서 그런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불만이 있으면 와서 얘기하시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희정 박재현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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