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안전도 세계 최상위인데… 제값 못 받는 한돈

입력 2019-12-18 04:05

국산 돼지고기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 일단락 이후에도 제값을 못 받고 있다. 평년 판매가의 91.0% 수준에 그친다. 가격이 폭락했던 때와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국산 돼지고기의 신선도나 안전성을 고려하면 저가에 팔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국산 냉장 삼겹살의 평균 소매가격은 17일 기준 100g당 1759원이다. 지난 10월 1500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회복된 모습이다. 다만 평년 소매가격(1944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수입산 돼지고기는 ASF 여파와 상관없이 적정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기준 수입산 냉동 삼겹살의 평균 소매가격은 100g당 1066원이다. 평년(1043원)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수입산은 검역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생산 후 1개월이 지나야 식탁에 오를 수 있다. 도축 후 3~7일 사이에 판매되는 국산 돼지고기와 비교해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안전성’을 원하는 소비자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돼지농장의 ASF 확진 사례는 지난 10월 10일 경기도 연천군을 마지막으로 더 나오지 않고 있다. 67일째 ‘무사고’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 번 생긴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안전성 우려가 국산 돼지고기 소비를 가로막는 셈이다.

ASF에 따른 국산 돼지고기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건 기우에 불과하다. 국내 돼지농장은 2006년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도입했다. 사육부터 유통 단계까지 사람에게 위해한 요인이 있는지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도축 전에는 수의사가 돼지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질병이 없다고 판정해야만 도축할 수 있다. 도축한 돼지고기는 정밀검사를 거쳐 합격 판정을 받아야 유통된다. 2014년에는 ‘돼지고기이력제’가 시행되면서 유통정보를 소비자들이 확인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안전성만 본다면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소비자들이 국산 돼지고기의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소비 증진 여부가 좌우된다.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홍보 활동 등을 외친다. 하태식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은 “철저하고 까다롭게 관리하면서도 더 좋은 고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