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모병원 아닌 공공병원” 공약… 송철호는 답을 알았나

입력 2019-12-18 04:04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4월 8일 울산시청에서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입지 선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지방선거 전인 지난해 초부터 청와대와 산재 모병원 등 공공종합병원 건립 계획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5월 민선 6기(김기현 전 울산시장)에서 최종 예타(예비타당성조사) 통과에 실패한 산재 모병원보다 규모가 확대됐습니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기능이 보완된 형태로 예타가 면제됐습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취임 1년 즈음인 지난 6월 21일 울산시의회에 나와 공공병원 추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발언했다. 송 시장은 백지화된 산재 모병원에 대해 “이번에 결정된 것의 3분의 2 수준인 200병상을 신청했지만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송 시장 측이 약속·추진해온 공공병원은 병상 숫자도 많고, 건립도 가시화됐다는 의미였다.

청와대의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울산 지역의 공공종합병원 건립을 둘러싼 여러 정황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송 시장 스스로가 대조적으로 언급하는 산재 모병원의 예타 불합격, 혁신형 공공병원의 예타 면제가 지난해 지방선거와 연관된 것인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송 시장 측이 선거캠프 관계자 신분일 때부터 복수에 걸쳐 청와대 인사들을 만나 공공병원 관련 공약을 논의한 정황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전국 산재병원들의 ‘어머니’ 격이라는 의미의 산재 모(母)병원은 과거부터 꾸준히 울산 지역에서 건립이 추진됐다. 울산이 ‘근로자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공공종합병원이 없어 사망률이 높고 기대수명이 낮다는 것은 해묵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산업재해에 특화된 공공의료서비스를 갖춰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울산시의 업무계획에는 매번 산재 모병원 건립이 포함됐다.

김 전 시장도 2015년 8월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산재 모병원 건립을 건의했다. 2016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관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산재 모병원의 조속한 추진을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를 16일 앞둔 지난해 5월 28일 산재 모병원 예타 불합격이 발표됐고, 울산시는 “장기간 고용노동부, 노동계, 의료계 등 각계각층과 열성을 쏟은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반면 송 시장 측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울산 공공병원’을 5대 공약 가운데 3번째로 추진했고, 당선됐다. 산업재해를 등한시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송 시장이 울산시의회에서 밝혔듯 일반 시민들을 위한 기능을 보완하는 형태를 강조했다. 울산시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인 오찬간담회 발언을 토대로 공공병원 건립 사업이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된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결과적으로 김 전 시장 측의 추진 내용은 선거 직전 걸림돌이 생겼고, 송 시장 측의 공약은 탄력을 받은 셈이다.

김 전 시장은 “지금 하명수사는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송철호 캠프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직을 수행했다”는 것이 김 전 시장 측의 입장이다. 청와대는 하명수사나 선거개입이 일절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