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원성도 선교사

입력 2019-12-18 00:11
백혈병으로 5년째 투병 중인 원성도 불가리아 선교사(왼쪽)와 아내 김수자 선교사가 최근 경기도 김포 자택에서 성경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포=강민석 선임기자

1904일. 원성도(70) 선교사가 2014년 10월 1일 병원에서 ‘필라델피아 양성 성인 급성 림프성 백혈병’이라는 진단과 함께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기적같이 이어온 날들이다. 원 선교사 부부는 2004년부터 10년간 불가리아에서 이곳저곳 떠도는 집시들을 예수의 마음으로 품고 사역했다. 몸에 이상을 느껴 귀국한 뒤 백혈병 진단을 받고 5년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긴 원 선교사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증거한다.

최근 경기도 김포 중봉로의 자택에서 원 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원 선교사는 “누구나 아플 때는 인생의 한계를 느낀다. 백혈병은 암 중의 암이라고 하는데 하나님을 전하라고 지금까지 오게 해주신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태연하게 웃었지만 매일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3월 여동생으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은 뒤 병원체에 의한 숙주 반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왼손과 양발에 있는 손발톱이 다 녹았고 발에는 진물이 계속 나와 늘 거즈를 대야만 한다. 진통제도 달고 산다. 수년간 치료받은 뒤 백혈구 수치는 떨어졌지만, 얼굴과 다리가 퉁퉁 부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난 가운데 하나님은 그가 섬겨야 할 대상을 보여주셨다. 중병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이었다. 원 선교사 부부는 투병 기간 50여명의 환자에게 복음을 전했다. 원 선교사의 아내 김수자(65) 선교사는 “하루하루가 기적이자 선물이다. 환우들이 우리 가정의 간증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 특히 병원에서 전도가 잘된다”고 말했다.

원 선교사는 “병원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환우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삶을 나눈다”며 “환우들은 제가 분명 힘들 것 같은 상황인데 평안해 보이고 자신들에게 없는 뭔가가 있어 보인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에서 환우들과 있을 땐 교제가 가능하지만 퇴원하면 교제를 지속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12월 기도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터넷비전교회’였다. 환우들과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그룹을 만들어 매일 말씀과 은혜를 나누는 모임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환우들은 교회에 가고 싶어도 통증이 심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교회에 출석하기 어렵다. 토요일에 원 선교사 부부가 목회자 아들 가족과 함께 드리는 예배를 동영상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 각자 상황이 될 때 주일 예배를 드리도록 한다. 이런 모임의 취지를 나누며 8명에서 시작한 카카오톡 단체방은 현재 31명으로 늘었다. 이 중 7명은 중보기도를 하는 대원들이다.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노방전도에도 나선다. 특히 일 때문에 주일성수가 어려운 간호사, 자영업자 등이 다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우는 2016년 알게 된 고 최모(63)씨다. 만성 백혈병으로 고생하다 원 선교사 부부를 만난 그는 하나님을 영접한 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틈만 나면 선교사 부부와 노방전도를 하다 지난 4월 별세할 때까지 15명을 전도하는 열정을 보였다.

원 선교사 부부의 바람은 건강이 회복돼 10년간 사역한 불가리아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에서 파송받은 부부는 집시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았다. 현지에서 기독세겜총회 교단을 세워 소속 교회들을 돌봤다. 집시촌에 6개 교회를 세웠고 그 교회들을 돌볼 수 있는 10명의 현지 지도자를 길렀다. 딸 선교사 부부가 부모의 뒤를 이어 집시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육체의 고통 말고도 어려움이 있다. 투병 생활이 5년간 이어지면서 병원비 부담이 계속 늘고 있다. 목사인 아들도 섬기던 교회에서 나와 개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 선교사 부부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간절히 기도한다.

원 선교사는 “하나님께 우리의 모든 생사가 달려 있으니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있다”며 “하나님이 기회를 주시는 한 계속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움주실 분 (국민은행 479401 04 135220, 예금주 김수자)


김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