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체, 인공지능에 미래를 건다

입력 2019-12-18 04:05

반도체 업체들이 인공지능(AI)에 미래를 걸고 있다. 산업 전 분야로 AI 적용이 확대되면서 반도체에서도 AI 성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중앙처리장치(CPU)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인텔은 이스라엘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 랩스’를 20억 달러(약 2조3400억원)에 인수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CPU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텔이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CPU와 AI 반도체가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AI 반도체 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흡수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CPU는 매우 복잡한 계산은 순식간에 해내지만 사람의 두뇌처럼 사물을 인지하거나 학습하는 능력은 없다. AI 반도체는 사람의 두뇌처럼 작동하는 걸 지향점으로 삼는다.

2016년 설립된 하바나 랩스는 올해 6월 ‘가우디 AI 훈련용 프로세서’를 출시하면서 경쟁사인 엔비디아 등의 비슷한 제품보다 훨씬 빠른 연산 속도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최근 몇 년 사이 모비디우스, 너바나, 알테라, 모빌아이 등 AI 칩셋 관련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AI 분야로 외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AI 반도체는 이제 출발선에 선 상황이라 유망한 업체와 기술을 확보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로 잘 알려진 엔비디아는 올해 3월 인텔을 제치고 이스라엘 반도체 제조 업체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텔보다 10%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멜라녹스 연 매출의 약 7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엔비디아는 멜라녹스 확보를 통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가 올해 8월 발표한 ‘반도체 2030’ 비전의 중심에도 AI가 있다. 삼성전자는 AI에 필수적인 독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해 모바일, 자동차 전장,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 등 전 분야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NPU 분야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AI 분야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만나 AI 전략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LG전자도 AI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다. 올해 8월에는 AI 프로세서 설계 전문 업체 자이어팔콘에 모바일과 가전 분야의 AI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