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혜련 (26) 딸 윤아와 오랜 시간 묵혀둔 마음 속 앙금 풀어

입력 2019-12-19 00:01
조혜련 집사(오른쪽)가 지난 5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 김윤아 양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딸 윤아와 아들 우주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타까움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읽으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과의 관계회복이다.

윤아에게 교회에 가자고 권유하면 반응은 늘 싸늘했다. “엄마, 종교 바꿨어?”라고 물으며 자신은 교회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윤아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대화하고 싶어 했고 함께 시간 보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정신없이 바쁜 엄마에게 윤아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뭐든지 혼자 결정하고 혼자 마음을 삭였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윤아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윤아가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윤아를 보며 나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그것이 얼마나 외로운 길이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명문 고교에 들어간 윤아는 결국 석 달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일류 대학을 가기 위해 감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부가 진절머리나도록 싫다고 했다. 자퇴한 후 1년 4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칩거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윤아에게 하나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교회에 같이 가자고 했다. 엄마와의 관계회복이 먼저 필요했던 윤아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내가 집에서 성경을 읽고 찬송가 부르는 것을 듣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아와 말다툼을 하게 됐다. 학교를 그만두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허송세월하는 것이 눈에 거슬렸던 나는 윤아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서로가 예민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생채기 가득한 딱딱한 말들을 쏟아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라고 소리치자 윤아는 울면서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는지, 부모의 이혼, 공부에 대한 부담감으로 윤아는 정말 많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일본에 있을 때 국제 전화로 엄마에게 울며 매달린 이후 처음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날 저녁 나는 혼자 교회에 갔다. 평일이라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예배당에 앉았다. 십자가 주위에만 빨간 조명이 켜져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십자가를 바라봤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님은 사랑인데 우리를 위하여 자기 아들도 아낌없이 내어주신 분인데 나는 그분을 믿는다면서 여린 내 딸 하나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죄스러웠다. 자격 없는 엄마 때문에 아픈 딸을 치유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윤아 앞에 다가가 앉았다. “윤아야!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 너에게 너무나 큰 아픔을 줬어. 어렵겠지만 용서해줘. 미안하다.” 그날 밤 윤아와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묵혀둔 엉켜진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며칠 후 주일날 윤아가 안방 문을 두드렸다. 자신도 교회에 함께 가겠다고 했다. 왜 교회에 나갈 마음이 생겼냐고 물었더니 “내가 엄마를 아는데 엄마는 절대 바뀔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달라진 걸 보니 엄마가 믿는 하나님은 대단하신 분 같아. 나도 그분을 알고 싶어졌어”라고 말했다.

그 후 윤아는 성경통독을 나와 함께 두 번이나 했다. 나와 관계가 회복된 후 2017년 학교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성경을 카톡으로 녹음해 읽고 또 읽으며 하나님을 알기 위해 애썼다. 날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깨닫고 믿음 생활하는 딸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