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동화’ 쓰는 나겔스만, 토트넘도 이야깃감?

입력 2019-12-18 04:07
라이프치히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지난 15일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스피엘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2 분데스리가 1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이 경기에서 뒤셀도르프를 3대 0으로 잡고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AP뉴시스

2016년 10월 22일 독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 2016-2017시즌 분데스리가 8라운드가 열린 이곳에서 홈팀 레버쿠젠을 지휘하던 로저 슈미트(52·현 베이징 궈안) 당시 감독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한 후반 4분쯤, 급기야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건 득점이 아냐. 이 미치광이야. 입을 다물어!”

상대팀 감독의 면전에 대고 한 말이었다. 슈미트 감독은 퇴장을 당했고, 레버쿠젠은 0대 3으로 졌다. 극단적으로 행동할 만큼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상대팀 사령탑은 슈미트 감독보다 스무 살 어렸고, 막 프로 1군 팀 사령탑을 맡은 풋내기였다. 그는 그해 ‘호펜하임 돌풍’을 일으켰던 율리안 나겔스만(32·현 라이프치히) 감독이다.

전임자의 건강 악화로 호펜하임 사령탑을 물려받아 생애 처음 1군 팀 지휘봉을 잡은 2016년 2월, 나겔스만 감독의 나이는 만 28세였다. 이보다 8년 전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 경력이 중단돼 국가대표는커녕 프로 경력도 일천했다. 지도자 경험의 대부분을 유·청소년 팀에서 쌓은 그가 1군 사령탑으로 부임하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홍보를 노린 곡예’ ‘괴짜의 사고’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나겔스만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훈련장으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드론을 날려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스쿠터를 타고 선수를 쫓아다니는 그의 젊은 리더십은 선수단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호펜하임은 2016-2017시즌에 이전 시즌보다 순위를 11계단이나 끌어올린 4위에 올랐다.

1987년 7월 생인 나겔스만 감독은 동갑내기인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이상 FC 바르셀로나), 류현진(LA 다저스) 등이 현역에서 전성기를 보낼 때 사이드라인 밖에서 지도자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7월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라이프치히에서 또 한 번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올 시즌 리그에서 17일(한국시간) 현재 10승 3무 2패(승점 33)를 기록하며 부동의 ‘2강’ 바이에른 뮌헨(5위)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3위)를 밀어내고 선두를 질주 중이다.

나겔스만 감독은 3백을 기반으로 한 3-4-3 포메이션을 선호하지만 젊은 감독답게 포메이션에 연연하지 않고 유연하게 전술을 운영한다. 그라운드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도 가져 나이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강자들을 물리쳤다.

나겔스만 감독은 2009년 창단 후 처음 소속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시켰다. 나겔스만 감독은 이제 손흥민(27)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와 내년 2월 20일 첫 토너먼트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이고, 명장 주제 무리뉴(57) 감독이 부임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나겔스만 감독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라이프치히 트위터를 통해 “토트넘은 신나는 상대다. 쉽지 않겠지만 기대하고 있다. 흥분된다”고 말했다.

분데스리가 최연소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최연소 본선 진출, 올해 챔피언스리그 최연소 16강 진출 기록을 차례로 새겼다. 세계 축구팬들은 젊은 천재 나겔스만 감독의 최연소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