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부쩍 힘들어졌다.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더욱 그러하다.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해지더라도 청소년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역시 잠 때문이다. 원하는 만큼 잠을 자지 못했던 그 시절엔 늘 수면 부족으로 힘들어했다.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우리를 깨우셨다. 겨울이 되면 문을 활짝 열어 찬바람이 들어오게 하거나 이불을 걷어가 버리기도 하셨다. 잠이 워낙 없으셔서 새벽 네 시에 기상하시던 아버지는 더 자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다. 아침이면 몰래 장롱에 들어가서 자기도 했고, 옷을 갈아입다가 벽에 기대어 졸다 넘어진 적도 있었다. 잠의 변천사를 생각해보면 수면 패턴이 매 시기마다 달랐다.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심리적 영향을 받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노력했던 10대와 달리 20대에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밤이면 어떻게 해도 잠이 오지 않았고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삶의 질은 급격하게 낮아졌다. 결혼 후 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불면증은 당연히 사라졌지만 쪽잠을 자는 게 문제였다. 두 시간 간격으로 아이는 깨서 울었고, 통잠을 못 자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하였다. 삼십대 후반에는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아침형 인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밤에 글을 쓰게 되면서부터는 점점 더 늦게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수면시간이 줄어들었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피곤함도 늘어갔다.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면서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줄여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면 부족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저자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잠을 충분히 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와 뇌졸중, 당뇨병 위험이 줄어든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는 행복한 기분이 고양되며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이 사라지게 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우리 몸의 면역계가 손상된다. 잠은 소중하다. 앞으로는 자는 시간을 줄여서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 깨어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문화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