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까지로 정한 협상 시한을 보름 남긴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또다시 강렬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협상 시간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대화는 제안했지만 연말 시한을 무시한 것이어서 북한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향해 “지금은 일을 할 때이고 일을 완수하자”며 “우리는 지금 한국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해야 할지 안다”고 말했다. 판문점에서 북측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비건 대표는 17일 오후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지만 북한의 반응에 따라 한국 체류를 연장할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또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군사적 도발을 시사한 것을 의식한 듯 “그날(크리스마스)이 평화의 계절을 여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조만간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행동은 한반도 평화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최근 북한이 연이어 발표한 성명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고 부정적이며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데드라인이 없다”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한 협상 시한을 거부했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협상 재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세로운 셈법’, 즉 제재 완화 조치나 체제 보장 확약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대화 촉구 메시지를 ‘대화 타령’이라고 일축해 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화 제의가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북한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셈”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육성으로 언급한 연말 시한을 미국이 무시했으니 북한도 상당히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