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전격 교체… 이명신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임명

입력 2019-12-16 18:31

박형철(51)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16일자로 사임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신(50·사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신임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했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 때 거론됐던 박 전 비서관은 최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및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둘러싼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비서관은 문재인정부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적폐 청산에 앞장섰지만, 끊이지 않은 논란에 대한 책임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김태우 폭로 사건 이후 수차례 사의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 8월쯤 청와대를 떠날 계획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그를 따로 불러 “권력기관 개혁을 더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진 중 유일한 검찰 출신인 박 전 비서관이 검찰 개혁 과정에서 검찰과의 소통을 맡아 달라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었다. 박 전 비서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검찰과 청와대가 대립하자 박 전 비서관은 주변에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 그러다 유재수·김기현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을 계기로 사의를 굳혔고, 청와대도 이를 수용했다.

이명신 신임 반부패비서관은 김해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0년 판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가 2005년 검사로 전직했다. 이후 대검찰청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팀장,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팀장, 대검 특별감찰팀장, 부산지검 금융·경제범죄전담부 부장검사 등을 지냈다. 지난해 4월 검찰을 나와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청와대는 김봉석(52) 법무법인 담박 변호사를 먼저 검토했다가 이 변호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변호사가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주고 동문이라는 게 걸림돌이 됐다고 한다.

이 신임 비서관의 책임은 막중하다. 청와대 내 유일한 검찰 출신 비서관으로서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이어가야 한다. 또 청와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유재수·김기현 의혹을 빨리 털어낼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태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청와대 감찰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