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일본 오사카에 가게 됐다. 이성수 영화감독이 제작하는 기독교 다큐멘터리 ‘용서를 위한 여행’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촬영이 없는 날 일본의 한 교회에서 간증하게 됐다.
44년 동안 일본 불교를 믿었던 내가 회심하고 돌아와 처음으로 일본 교회에서 일본어로 간증하게 된 것이다. 교회에 들어서자 40여 분의 성도들이 앉아 있었다. 장소가 일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수없이 많은 간증을 해왔는데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먹먹해졌다.
“하지메마시테,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조혜련이라고 합니다. 10년 전 일본에서 방송 활동을 했는데 혹시 저를 기억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몇몇 분은 나를 알아보는 듯했다.
“와따시와기리스도징데쓰.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세상의 것만 쫓으며 기독교를 비난했습니다. 그런 저를 하나님께서 자녀 삼아주셨고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일본에서 힘들었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저는 알았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힘들게 버텨야 했는지 말입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일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일본어를 배웠고 고난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말을 끝마쳤다.
내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다. 간증을 듣고 있던 분들도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는 난생처음 일본 교회에서 일본어로 복음을 전했다.
2017년 11월에는 동경 온누리교회에서 간증했다. 하나님 없이 나 혼자 헤매며 돌아다녔던 힘들었던 7년간의 일본 생활이 떠올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했다. 긴장된 마음 때문이었을까. 간증 당일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마치 하나님이 나를 깨우신 것 같았다.
하나님은 ‘사제불이(師弟不二)’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셨다. 내가 믿었던 일본 종교에는 ‘사제불이’라는 말이 있다. ‘스승과 제자는 둘이 아니고 하나다’라는 뜻이다. 그 종교를 믿는 많은 일본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정치인들은 그 종교를 이끄는 회장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그분을 닮기 위해 ‘사제불이’의 정신으로 살아간다.
하나님은 왜 뜬금없이 그 단어를 떠올리게 하셨을까. ‘사제불이 정신으로 사람을 존경했는데 그 사람이 널 위해 대신 죽었니?’
‘아니요. 아직 살아있다고 하던데요.’
‘예수는 네 죄를 위해 죽었다. 예수와 네가 둘이 아니라는 생각은 해본 적 있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에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남편과 나눴다. 그랬더니 남편이 “사제불이가 아니고 예아불이(耶我不二)네!”라고 말했다. 그게 뭐냐고 묻자 “예수님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날 나는 간증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새벽에 하나님이 깨우셨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혼자 일본에서 다른 종교를 섬기며 헤매고 있을 때도 잠잠히 저를 지켜보셨고 때를 기다리셨습니다. 하나님은 어제 새벽에 이전에 믿었던 종교 ‘사제불이’ 정신을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예아불이’로 바꿔주셨습니다. 이제 저는 예수님과 함께 삽니다. 우리를 위해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영원히 살아갑시다.”
내 입술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반전 드라마에 모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내가 다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나는 하나님께서 일본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를 주시면 그때마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갈 것이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