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에 지친 목회자 돕자” 영성 회복 위한 안식처를 세우다

입력 2019-12-24 00:04
김헌식 나눔영성원장(왼쪽)과 반정헌 일산 나눔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전남 곡성 나눔영성원 앞에서 목회자 섬김 사역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전남 곡성 나눔영성원은 호남지역 기도운동의 중심지였던 곡성 다니엘수양관의 새 이름이다. 원장인 김헌식(59) 장로와 반정헌(62) 일산 나눔교회 목사, 뜻을 함께하는 목회자들이 지난해 7월 인수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9만2562㎡(2만8000평) 부지엔 3966㎡(1200평)의 건물이 있는데, 본당, 소성전, 3개의 숙소동, 식당, 독서방, 24개의 개인기도실 등이 있다.

나눔영성원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역에 지친 목회자들에게 숙식 일체를 무료 제공한다는 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와 오후 7시에 집회를 열고 있다. 매달 파주 순복음삼마교회의 모세오경 아카데미 공개강좌도 개최한다.

경북 울릉도 출신인 김 장로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뛰어든 막노동 현장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아 1990년 건축사업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을 믿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실패해 부도가 났다.

“사업 부도로 교도소에 가게 됐고 고난이 시작됐습니다. 2004년 교도소 안에서 말씀을 보는데, 성령께서 지금까지 듣고 보고 경험했던 말씀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셨습니다. 그때 주께서 성경을 800독 이상 할 수 있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김 장로는 출소 후 가족의 하나 됨을 위해 가정 제단부터 쌓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교회의 집회에 강사로 초청돼 인생의 밑바닥에서 주야로 성경을 읽다가 만난 하나님을 소개했다. 김 장로는 “한시도 주님과의 동행이 끊어지지 않도록 의지적으로 노력하고 성경에서 주의 뜻을 알기 위해 몸부림쳤다”면서 “깊이 있는 영적 세계를 체험하고 깨달은 말씀을 전할 때마다 강력한 치유의 역사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 소속된 반 목사가 김 장로를 만난 것은 2015년 1월이다. 미국 집회를 하던 김 장로를 눈여겨본 반 목사의 사촌 동생이 나눔교회 집회를 추천한 것이다. 반 목사는 “평소 성경 중심의 설교를 하기 위해 주석과 신학서적을 연구하는 전통적 목회를 해왔다”면서 “처음엔 김 장로의 사역에 공감하지 못했지만, 교제할수록 영의 세계가 열리고 말씀이 정말 꿀송이보다 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느 순간부터 성경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적 시각이 열리기 시작했다”면서 “그것은 인간의 학문이나 신학이 아닌 하나님의 관점, 주님의 마음이었다. 김 장로가 사소한 부분까지도 말씀대로 살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때부터 목회자를 살리는 영적 사역을 펼치는 데 뜻을 함께했다. 반 목사는 “장신대에 입학했을 때부터 마지막 시기 주의 종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었다”면서 “김 장로를 만나면서 교파를 뛰어넘는 사역의 길이 열렸고 2016년 9월 전남 담양의 펜션을 매입해 본격적인 목회자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역의 소문이 나자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 등 초교파 목회자 20여명이 모였다. 초기 재정은 김 장로와 반 목사, 헌신된 성도 한 명이 분담했다. 반 목사는 “목회자 살리기 사역에 동참한 목회자들은 사역에 필요한 재정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정말 하나님의 능력에는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했다”고 귀띔했다.

성경 800독 이상을 한 김헌식 원장이 뒷편 원장석을 예수님 자리로 비워놓은 사연을 소개하는 모습.

전국에서 담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자 공간의 제약을 느꼈다. 이후 목회자들은 다니엘수양관을 인수하고 수십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매달 수천만원의 운영비는 김 장로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나오는 수익과 헌신된 몇몇 성도들이 내는 헌금으로 충당된다. 그래서 심령이 가난한 목회자와 성도라면 누구든지 이곳에서 영적 재충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반 목사는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점점 병들어가는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교단과 교파를 넘어 목회자들의 영이 새롭게 되는 것”이라면서 “특히 탈진한 미자립교회 목회자, 해외 선교사들이 부담 없이 이곳에서 영적 회복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장로도 “목회자의 회복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최고의 사역이다. 나눔영성원이 거기에 쓰임 받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면서 “우리의 시대가 지나가고 주님으로부터 받은 이 사명을 누군가 계속 이어간다면 그것만큼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도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나눔영성원의 향후 계획은 수도권과 중부권에 초교파 영성센터를 짓고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영성 회복을 돕는 것이다. 최근 경북 상주에 72만7200㎡(22만평) 부지를 매입했으며, 내년 3월 경기도 파주에 영성센터를 준공한다. 모든 재산은 나눔교회에 소속돼 있으며, 향후 법인을 세워 교회와 목회자를 세우는 연합사역을 더 효과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곡성=글·사진 백상현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