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2000억 달러 구매 약속”… 中은 규모 안밝혀

입력 2019-12-16 04:07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폭탄을 투하하며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17개월 만에 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합의에 대해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정식 서명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은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15일 낮 12시1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대미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한다고 이날 공고했다. 미국이 15일로 예고했던 추가 관세를 보류함에 따라 중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다만 기존 고율 관세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지난 13일 관련 부처 기자회견을 열고 1단계 무역 합의 문건 내용에 양국이 서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 측 발표 직후 1단계 합의를 확인하면서 “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에 대한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로 예정됐던 1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추가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12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도 15%에서 7.5%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향후 2년간 제조업과 농업 등 4개 분야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320억 달러(약 37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많은 디테일이 발표되지 않았고, 많은 골치 아픈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최종 서명을 앞두고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산 구매와 관련, 미국 정부는 액수를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방향성만 제시했다. 농산물도 필요한 만큼만 살 것이라며 신경전을 폈다.

기존 관세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 달러 규모의 25% 관세는 ‘2단계 협상’ 대상으로 남겨뒀음을 분명히 했다. 서명 시기도 중국은 일정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내년 1월 첫째 주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1단계 합의에 서명하더라도 2단계 협상에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나 국영기업 개혁 등 핵심 쟁점들이 남아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많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