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르무즈 파병 하되 부작용 최소화 해야

입력 2019-12-16 04:02
청와대가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우리 국민·선박 보호와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응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부터 미국의 계속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주요 원유 수입국인 이란의 반발을 고려해 결정을 미뤄왔던 정부가 고심 끝에 가닥을 잡은 것이다.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 등 북·미 갈등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공조를 최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과의 핵 협정을 파기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미국은 지난 6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유조선 2척이 공격받은 것을 계기로 국제해양안보구상,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연합을 구성키로 하고 동맹국들에 참여를 요청했다. 영국·호주·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요구에 성의를 보이면서도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정부가 장교 1명을 먼저 파견하고 전투병력은 추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단계적 참여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말리아 인근에서 한국 선박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내는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책은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까지 확대하는 것은 신규 파병이 아니어서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일본도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호위연합에는 참가하지 않고 조사·연구 목적의 호위함 1척만 독자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분쟁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크고 이란은 물론 친이란 국가들과도 등을 지게 될 우려가 있다.

호르무즈 파병은 한·미 방위비 협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안이 연계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증액 요구에 제동을 거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 돈만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의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도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