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共命之鳥의 진영 갈등… 상생의 비전 찾아야

입력 2019-12-16 04:03
해마다 촌철살인을 보여주지만 올해만큼 사회상을 정확하게 짚어낸 적은 없었지 싶다. 대학교수들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상상의 새 공명조는 몸 하나에 두 머리가 달려 있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날 만큼 성질이 달라서 서로 시기하고 미워했다. 어느 날 한 머리가 맛있는 과일을 혼자만 먹는다고 화가 난 다른 머리는 그 머리를 죽이겠다는 생각에 독이 든 과일을 먹어버렸고 독이 온몸에 퍼져 결국 두 머리 다 죽고 말았다. 목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상대를 공격하는 무모함과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올해 공명조의 두 머리처럼 굴었다. 조국 사태로 갈라진 서초동과 광화문의 광장에서, 협상과 타협이 실종된 국회에서, 경제 안보 교육 등 정책 논쟁의 여러 무대에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대결을 벌였다. 편협한 진영 논리를 선(善)이라 여기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힘을 앞세웠고 상대의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 귀를 닫아버렸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 보수와 진보의 서로 다른 철학은 사회가 균형을 유지하며 순항토록 지탱하는 두 날개와 같다. 한쪽 날개가 꺾이면 다 같이 추락하게 되는데, 이를 망각한 채 공명조가 독을 삼키듯 서로를 꺾으려 달려들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을 토대로 다들 이분법적 원리주의자, 맹목적 이념 기계가 돼 가고 있다”고 했다. 극단적 분열을 목격한 올해의 경험을 교훈 삼아 상생과 통합의 비전을 찾아내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결코 순항할 수 없다.

2001년부터 시작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부정적 어휘가 줄을 잇다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처음으로 긍정적 의미의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고 올바름을 구현한다)이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중립적인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이 낙점됐고, 올해 다시 부정적 의미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 추이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시선, 국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사회의 모습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