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황창규’ 후보 9명으로 압축… KT맨이냐 전관이냐

입력 2019-12-13 04:04

KT 차기 회장에 오를 최종 후보군이 9명으로 결정됐다. 꾸준히 이름이 거론되던 전현직 KT 출신 인사와 장관 출신 인사로 구성된 후보자들은 단 한 자리를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 심사 대상자가 9명으로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중 정보 공개에 동의한 후보 8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명단도 공개했다. 후보들은 지배구조위원회가 사내 공모와 외부 공모, 전문기관 추천을 통해 접수한 37명의 후보에서 추려졌다.

KT가 최고경영자 선출 과정에서 후보군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회장직을 두고 외압과 낙하산 논란이 부각돼온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차기 회장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자들은 KT 내부 인사 3명과 전직 KT 출신 4명, 장관 출신 1명 등이다. 업계에서는 전임 이석채·황창규 회장이 모두 외부 출신이었던 만큼 이번엔 내부에서 회장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과거처럼 이번에도 외부 인사가 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직 KT 인사 중에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과 이동면 미디어플랫폼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사업 운영의 연속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황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구 사장은 IPTV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뉴미디어 사업을 맡아 기업전략 및 경영지원에서 활약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KT에서 가장 매출 규모가 큰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맡았다. 이 사장은 38년 동안 KT에 몸담은 연구개발 전문가로 ‘기술통’으로 평가받는다. 박 부사장은 기업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외부 후보 중에서는 전직 KT 경영진 출신인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KT 사장과 종합기술원장을 역임한 최두환 포스코ICT 사내이사, 표현명 전 KT 텔레콤&컨버전스부문장(사장), KT IT기획실장을 지낸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후보군에 올랐다.

임 전 사장은 KT의 대표 상품인 ‘기가지니’를 발굴한 인물이다. 최 전 사장은 ICT업계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등 관련 산업에서의 경영 경험이 풍부하다. 표 전 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KT로 건너와 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 전 사장은 IT기획실장 등을 역임해 ICT 분야에 해박하다.

고위 관료 출신인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정책 전문가로서 꾸준히 후보에 이름을 올려 왔다. 하지만 현재 여권과 맥이 닿아 있는 노무현정부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경영 경험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후보자 1명이 국회의원 3선을 지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KT는 이날 최종 후보군을 심사할 회장후보심사위원회도 구성했다. 김종구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8명 전원으로 구성된 회심위는 심사 기준에 따라 회장 후보자들을 심층 평가한다.

이후 심사의견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는 후보자 가운데 1명을 확정해 추천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차기 회장의 윤곽은 올해 안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며 신임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