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북한 이탈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는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탈북 후 한국에서 공부하며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보금자리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개교한 여명학교는 서울 중구 소파로에 둥지를 틀었는데 월세 건물 계약 기간이 만료돼 2021년까지 이사를 해야 합니다.
교사와 후원자들의 사랑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29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이 중에는 교사 신문기자 간호사 사회복지사도 있고 평창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아이스하키 선수도 있습니다. 학교는 올해 포스코 청암교육상도 수상했습니다.
학교는 3년 동안 국·공유지나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유휴 공간 등을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보유한 은평뉴타운 내 부지를 매입해 학교를 건축하고자 했습니다. 은평구의 정책과제 중 하나가 ‘통일의 상상 기지’였고 통일박물관 설립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SH공사로부터 터를 매입하는 절차는 순조로웠습니다. 학교는 전 학년 180명 규모의 소규모여서 일반 학교처럼 큰 부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어 10년간 방치돼 있던 유휴 편익시설 용지의 일부를 매입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장애물에 가로막혀 건축 계획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사전에 충분한 공고나 주민 동의가 없었고, 은평구 내 일반 학교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은평구 관계자는 “일반 학교도 부족한데 왜 (여명학교가) 들어와야 하느냐며 주민들이 반대해 대안학교 신축 건은 현재 보류된 상태”라고 답변했습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지난 6일 ‘무릎 꿇어 줄 어머니마저 없는 우리 탈북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서 “학교는 학교에 대한 수요가 있고 적절한 부지가 있으면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신설할 수 있는데 지역 주민들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아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조 교감은 청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은평뉴타운 내 학교와 주민 편익시설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영어 과학캠프 및 통일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친화적 학교로 운영하겠다며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습니다.
탈북민들은 통일을 미리 맛볼 수 있게 도와주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이들을 통해 통일을 전략적으로 준비하며 통일 후 겪을 진통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은평구는 북한땅과 가까워 구의 정책과제처럼 ‘통일의 상상 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3만여명의 탈북민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면서 어떻게 통일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이 일에 은평구에 있는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이 힘을 모아주시면 어떨까요.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사랑하라고 하나님이 말씀하신(신 10:18~19) 것처럼 통일시대를 이끌어갈 탈북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주는 게 크리스천의 사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명학교의 성탄절이 모처럼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