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트럼프, 사익 위해 권한 남용… 탄핵 조사도 방해”

입력 2019-12-05 04:08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조사 보고서 내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단 옆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 등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의 발언을 담은 팻말이 놓여 있다. 아래 사진은 탄핵조사 보고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보고서를 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 1단계가 마무리된 셈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공권력을 남용했고, 탄핵조사도 방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한 대통령은 탄핵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원 정보위는 이날 30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대통령의 위법행위와 사법행위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이롭게 할 목적으로 직접, 그리고 정부 안팎의 대리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개입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외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대선 개입을 지속적으로 종용해 온 행위는 대통령이 개인적·정치적 이득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헌법 제정자들은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하는 대통령에 대한 조치를 마련해뒀다. 바로 탄핵”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의 ‘대가성(quid pro quo)’도 적시했다. 이 단어는 보고서에 총 45차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탄핵조사 방해행위도 기록됐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위를 숨기고 탄핵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의 권력을 이용하고 행정부 전반에 권한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리처드 페리 에너지장관 등 최측근 참모·관료들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획책을 인지했고 일부는 조장했으며 의회와 미국 대중에겐 관련 정보를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보다 나쁘다고 꼬집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탄핵보고서를 비난했다. 영국 런던에서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향해 “정신이상이고 역겹다”고 비난한 뒤 “민주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할 게 뻔하기 때문에 순전히 정치적 이득을 보기 위해 (탄핵조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시프 위원장과 민주당은 범법행위 증거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며 “보고서는 그들의 좌절감을 반영할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탄핵보고서는 정보위에서 찬성 13표, 반대 9표로 가결돼 법사위원회로 회부됐다. 법사위는 4일부터 트럼프 대통령 탄핵 공청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