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 실패해 올 시즌을 통째로 쉰 노경은(35)은 자칫 선수인생이 끝날 뻔했다. 다행히 지난달 4일 2년 11억원에 롯데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맺고 내년 프로야구에 복귀하게 됐다. 롯데 선발의 핵심으로 뛰다 1년 동안 야구를 쉬는 등 풍운아적 삶을 살아온 노경은의 내년 시즌 각오는 남다르다. 현재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의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팬들에게 일찍 자신의 공을 선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경은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계약 뒤 구단에서 ‘질롱에서 뛰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제가 잘 준비했다는 것을 팬과 구단에 보여드리고 싶었기에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호주행 이유를 밝혔다. 올해 부산 동의대에서 꾸준히 훈련해왔다는 노경은은 “몸상태는 거의 100%다”라고 전했다.
호주리그에서 현재까지 두 경기에 나선 노경은은 지난달 21일 시드니 블루삭스와의 ABL 개막전에서 시속 143㎞의 최고 구속을 기록하며 4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는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는 146㎞까지 나왔다. 속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경기에 임했다”며 “생각한대로 잘 풀렸다”고 첫 등판을 돌아봤다.
두 번째 경기인 지난달 28일 브리즈번 밴디츠전에서는 6회 4점(3자책)을 내주고 강판됐다. 실망할 법하지만 노경은은 오히려 “첫 번째 경기보다 두 번째 경기가 더 맘에 든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에서 노경은은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치다 6회에 무너졌다. 노경은은 “직구에 슬라이더와 서클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모두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내년 프로야구 무대가 더 중요하기에 다양한 구질 연마에 도움이 됐다는 의미였다.
노경은이 회심의 무기로 갈고 닦는 것은 너클볼이다. 지난해부터 던져봤다는 너클볼은 회전이 거의 없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는 변화구로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노경은은 “개막전에서는 얼마 던지지 않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10구 이상 던졌다”며 “너클볼로 내야 땅볼을 유도하기도 했고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잘 통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즌에는 너클볼을 자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막전 포함 3연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시즌을 시작한 질롱은 지난주 브리즈번과의 4연전을 모두 패하는 등 5연패로 주춤한 상태다. 호주 리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노경은은 “호주 리그의 수준이 아주 높다. 마이너리거뿐 아니라 일본프로야구 선수들도 합류한 상태”라며 “방심하고 들어가서는 안 되겠더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브리즈번이 호주 최강팀인데 이들을 상대로 우리의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며 “연패가 계기가 돼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훈련 시설이나 식사 등에도 만족해 했다.
노경은은 3경기 정도 추가 등판 뒤 귀국할 예정이다. 올 시즌 최하위 롯데가 내년 시즌 선발 한 축을 맡아줄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노경은은 “잘 준비해 내년에는 지난해(9승 6패 평균자책점 4.08)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성민규 단장님, 허문회 감독님이 새로 오신 만큼 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팬들은 많은 질책을 받은 올해 롯데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내년에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