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많은 성도를 지도자로 세워 함께 일하는 리더십 필요

입력 2019-12-04 00:05

‘자연적 교회 성장’의 저자인 크리스천 A 슈바르츠 목사는 오대양 육대주에서 18개 언어를 사용하는 32개국, 1000개가 넘는 교회를 조사했다. 그 결과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는 우연히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성장을 위한 특성들이 있었던 것이다.

슈바르츠 목사는 지도력, 즉 리더십을 성장하는 교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봤다. 어떤 공동체든지 지도자가 중요하다. 슈바르츠 목사의 조사에 따르면 성장하는 교회는 지도자가 지도력을 잘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 교회의 목회자는 독불장군식이거나 유아독존식 지도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대신 많은 성도를 지도자로 세워 함께 일한다. ‘사역자를 세우는 지도력’을 가진 셈이다. 지도자가 성도를 온전케 해서 그들이 주님의 몸 되신 교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게 하며 함께 세워나가는 교회가 성장한다는 말이다.

그가 주목한 또 다른 특성은 ‘은사 중심적 사역’이다. 성도의 은사에 따라 사역을 맡기는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른 지도력을 가진 목회자가 은사 중심적 사역을 할 수 있다.

은사 중심적 사역에는 두 개의 반대되는 개념이 있다. 하나는 목회자 중심 사역이다. 대부분 한국교회 사역은 목사 중심으로 진행된다. 목회자 중심 사역 시스템에서 교인은 목사의 가르침을 받아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르고 하라는 일에 순종한다.

그 일을 성실하게 하면 충성스러운 일꾼으로 불린다. 많은 한국교회 시스템이 이렇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맹점은 성도들이 하나님께 받은 은사와 맡겨진 일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역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은 진행된다. 그러나 은사와 주어진 일이 일치하지 않으면 흥미가 없어지고 중도에 그만두거나 역기능이 발생한다.

다른 하나는 연륜 중심적 사역이다. 역사가 오래된 교회일수록 연륜이 긴 중직자들을 중심으로 일이 진행된다. 이런 경우 중요한 일은 은사와 상관없이 고참 성도가 맡는다. 새로 온 교인이나 젊은 교인들에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사를 사용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각 사람이 하나님께 받은 은사대로 일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은사 중심적 사역을 위해선 ‘만인제사장주의’에 대해 신학적으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만인제사장주의는 종교개혁의 기본 원리 가운데 하나다. ‘모든 신자는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기에 중재자인 사제는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 목사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목사의 직분은 교회를 맡아 교인들에게 설교하고 그들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전문인으로 이해된다.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성도가 지도자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목사의 직분에 대한 권위는 인정하되 권위주의는 버려야 은사 중심 사역이 가능해진다. 만인제사장주의의 근거가 되는 성경 구절들도 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그의 아버지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신 그에게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 있기를 원하노라. 아멘.”(계 1:6)

“그들로 우리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들을 삼으셨으니 그들이 땅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계 5:10)

앞선 성경 말씀에서 모든 성도를 제사장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갖고 하나님의 일을 주도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목회자나 중직자 중심적 사역에서 벗어나 성도들이 모두 함께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따라 주체적으로 활발히 사역함으로써 하나님의 역사를 이뤄나가야 한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