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해왔던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내 차량 등의 움직임이 최근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국정원은 또 최근 북한이 대남·대미 압박 차원에서 해안포와 초대형 방사포를 쐈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까지 다양한 형태의 도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이혜훈 위원장과 김민기·이은재 간사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그동안 위성사진으로 파악했을 때 (동창리 발사장 내) 움직임이 없다가 최근 차량과 장비 움직임이 조금 늘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동창리 발사장은 ICBM 로켓엔진 시험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던 곳이다. 북한은 2016년 2월 이곳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핑계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올렸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발사장을 영구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비핵화의 상징으로 폐기가 결정된 곳에서 이번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에 미사일 기념비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정원은 ‘움직임이 매일 증가했냐’는 질문에 매일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전날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와 지난 23일 해안포 도발에 대해 국정원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협상이 자신들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일련의 무력시위로 한·미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관해 조선중앙통신은 “연발시험사격을 통해 무기체계의 군사·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이 확증됐다”며 “김 위원장이 시험사격 결과에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도발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미국과의 협상은 아직 교착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연내 시한까지 다양한 형태의 도발이 있을 것으로 본다.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남은 시간 동안 군사적 긴장을 한껏 고조시켜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 등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상응조치를 얻어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말까지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발사 등을 통해 긴장 국면을 조성할 것”이라며 “다만 연내 ICBM 발사와 핵 실험 등 미국이 분명히 선을 그은 ‘레드라인’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손재호 신재희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