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커지는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입력 2019-11-30 04:01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김 전 시장에 대한 압수수색 직전에 경찰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이 수사가 청와대 하명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더욱 짙게 하는 것인 만큼 경찰 보고 과정과 내용 등이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국회 운영위에 나와 김 전 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20분 전에 경찰로부터 관련 사항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은 보고를 받는다”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파악조차 못 하면 국회에서 답변도 못 하는 민망스러운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에 관한 정보보고 차원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이 없는 청와대가 압수수색같이 민감한 보고까지 받았다는 것은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이 사건은 청와대가 비위 첩보를 경찰로 이첩한 사안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첩 2개월가량 뒤 ‘이첩된 건에 대해 자료를 수집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후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모두 10차례 경찰 보고가 이뤄졌다. 이만하면 청와대가 명시적으로 수사 지시를 내리지 않았더라도 경찰 입장에서는 ‘청와대 하명 수사’라는 인식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고, 그만큼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아무리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도 권한 밖의 업무라면 청와대가 경찰 보고를 거절하는 게 올바른 태도였을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담당하던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당시 어떤 경로로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의혹 첩보를 입수했는지도 가려야 한다. 백 전 비서관이 단순 이첩이라고 표현했던 경찰로의 첩보 이첩을 직접 하지 않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서 했는지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엄정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실 업무가 법과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월권은 없었는지를 검찰은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검찰 수사를 흠집 내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스럽다. 백 전 비서관은 “오랫동안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이 시점에 꺼내 드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노 실장도 “반부패비서관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중계방송 되는 듯한 현 상황은 분명하게 비정상적이다. 어떤 부적절한 의도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익히 보던 광경이다. 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검찰 본연의 업무다. 검찰을 흔들려 하기보다, 의혹이 제기된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게 떳떳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