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황교안이다” 동조 단식 속, 협상론 고개드는 한국당

입력 2019-11-29 04:07
자유한국당 정미경(왼쪽)·신보라 최고위원이 28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들을 저지하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강경 투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27일 밤 단식 농성 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자 최고위원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고,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원천 무효라는 당 지도부의 입장도 그대로다. 다만 당내에서는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협상을 하자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늘어나는 등 누그러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황교안”이라며 투쟁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구급차에 실려가는 제1야당 대표를 보고도 문재인 대통령은 전화 한 통 없다. 사람이 먼저라더니, 사람보다 공수처의 칼날과 국회 의석 수 몇 개 늘리는 것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가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자리를 비운 청와대 앞 농성장에는 동조 단식을 자원한 신보라, 정미경 최고위원이 자리를 잡았다. 정 최고위원은 “내가 황교안”이라고, 신 최고위원은 “우리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의식이 돌아오자 농성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부인 최지영 여사와 당직자들이 “단식은 절대 안 된다”며 만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희경 대변인은 “황 대표가 의식은 회복했지만 눈만 간신히 뜨고 단답형 대답만 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의 단식이 중단된 것을 계기로 한국당의 협상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동안 국회는 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신설에 동의만 한다면 민주당은 협상에 매우 유연하게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에서도 협상론이 늘어난 모습이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전날 의총에서보다 협상을 하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한 의원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강 대 강 대치로 인해 한국당이 완패한 것이라며 협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식과 관련해서도 의원 전원이 단식을 하자는 강경론 대신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우삼 김용현 이가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