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의도에 따른 수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전달 당사자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완결된 게 아니다”며 “증거를 갖고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시작 단계다. 하지만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재배당된 데서 알 수 있듯 중간 결론은 결국 엄중한 선거 개입 의혹 사안이라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이번 사안이 통상적이거나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의견을 보인다. 청와대와 경찰청이 입을 모아 ‘통상적인 첩보 처리였다’는 입장을 표하는 것과 정반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입장문을 통해 “김 전 시장과 관련된 고발이 접수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 수사하는 데 대해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거론하는 주장이 있다”며 “사안의 성격, 관련자 소재지 등을 고려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던 사건을 갑자기 꺼낸 게 아니라는 얘기다. 울산지검은 경찰의 김 전 시장 수사를 지휘하는 한편 또 다른 갈래에서는 경찰 수사의 배경을 살피는 공안 수사를 ‘투 트랙’으로 진행해 왔다. 다만 이때 검찰 출석을 요구받은 당시 수사 관여 경찰관들은 대개 소환에 불응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경찰청을 상대로 여러 차례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 원천, 전달 과정을 자료로 요구했다. 검찰은 경찰청으로부터 지난달 말까지 세 차례 회신을 받았고, 이 자료를 분석해 중요 관련자 조사로 나아가는 단계였다. 검찰 관계자는 “첩보가 울산경찰청으로 전달되고 수사진행 상황이 상부에 보고되는 과정 일부의 진술을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검찰은 약 2주 전에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백 부원장이 김 전 시장 첩보 이첩 등을 ‘민정수석실의 고유 업무’라고 밝힌 점을 다시 따져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검찰청에서도 범죄정보 수집이 가능하게 돼 있지만 수사정보담당관실의 업무로 제한돼 있다”며 “백 전 비서관의 화법은 ‘종합병원이면 어디서든 수술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반부패비서관이 아닌 민정비서관이 특정 첩보를 들고 있다가 넘기는 경우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첩보를 경찰청에 내려보내고 이후의 상황 보고까지 받은 사실은 문제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지난해 3월 울산경찰청의 울산시청 첫 압수수색과 관련한 언론 보도 이후에야 청와대 보고가 이뤄졌다는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다. 그러다 이날 “압수수색 이전인 지난 2월에도 청와대와의 정보 공유가 있었다”고 정정했다. 압수수색 이전 한 차례를 포함하면 경찰이 밝힌 청와대 보고 횟수는 모두 10차례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됐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이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감반에서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 보고서를 봤다”며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며 뺏어가듯 잡아채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는 박 비서관의 양심 고백과 검찰이 확보한 물증이 있음에도 정치 사찰 첩보를 하명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자창 박상은 조효석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