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지난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내사’ 단계에서도 청와대에 수사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애초 경찰청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청와대에 통상적인 첫 보고를 했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문제성 범죄첩보’를 하달받은 경찰청이 최초 압수수색 이전부터 10차례에 걸쳐 청와대 보고를 한 일이 김 전 시장의 선거에 개입한 정황인지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2월쯤 울산경찰청으로부터 수사 진행 사항을 보고받아 이를 청와대와 정보 공유한 사실이 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기자들에게 “울산경찰청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후부터 사건 종결 때까지 청와대에 9차례 보고했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이다. 경찰청의 김 전 시장 관련 청와대 첫 보고는 피의자가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모르는 내사 단계에 이뤄졌다. 울산경찰청은 경찰청으로부터 2017년 12월 29일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하달받았고, 내사를 거쳐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2월 청와대에 보고한 첫 정보는 “김 전 시장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울산경찰청의 입장이었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첩보를 준 쪽(청와대)에 다시 알려주는 건 통상적 절차”라며 “다른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첩보도 똑같이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청은 지난해 3월 16일 압수수색 때 청와대에 2번째 보고를 했다. 사건 종결 때까지 김 전 시장과 관련해 이뤄진 수사 상황 보고는 총 10차례였다.
검찰은 경찰청이 청와대에 김 전 시장 수사상황을 꾸준히 보고한 내용과 이유를 다시 살필 방침이다. 앞서 울산지검 공공수사부는 김 전 시장 수사 계기가 된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청에 하달된 사실을 확인(국민일보 11월 28일자 1·3면 참조)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경찰을 움직여 지방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경찰청의 청와대 보고 내역, 첩보의 생산 경로와 경위 등을 파악해 왔다. 최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조사해 백원우(사진)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첩보 전달 당사자로 특정했다.
검찰 내에서는 이첩이든 하명이든 청와대의 감찰과 첩보 생산 자체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감찰이 청와대에서 이뤄질 근거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향후 검찰 수사는 백 부원장이 누구로부터 어떤 연유로 이 같은 첩보를 제공받았는지, 경찰이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수사를 진행했는지 규명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백 부원장을 조만간 소환, 첩보의 취득 경위와 목적을 살피기로 했다. 검찰은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첩보 출처를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황 청장은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 경위가 어떠한지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은 조효석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