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의 ‘약한 고리’ 자영업자 빚 급증 심상찮다

입력 2019-11-29 04:02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가 자영업자다. 전체 취업자의 21%인 564만명이 자영업자다. 비율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2~3배 높다. 지나친 경쟁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정책 실패까지 겹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내수도 침체 일로다. 자영업의 추락은 각종 통계로 뒷받침된다. 10월 기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5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8.7%(14만3000명) 줄었다. 매출 감소와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사업소득도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 가계소득 동향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87만9800원으로 작년 3분기와 비교해 4.9% 줄었다. 가구의 사업소득 증가율은 작년 4분기에-3.4%, 올해 1분기 -1.4%, 2분기 -1.8% 등 4분기 연속 감소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9월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 현황은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 빚으로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영업자가 몰린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23조7294억원) 증가했다. 지난 2분기 1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증가율이다. 차입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이들 업종에 대한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3분기 6.2%였다. 그러나 저축은행 협동조합 상호금융을 비롯한 제2금융권 대출은 3분기 말 59조30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나 급증했다. 1분기 26.1%, 2분기 28.6%에 이어 증가 폭이 더 확대됐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점포 확장이나 시설설치를 위한 차입금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어 자영업 대출금이 주로 인건비, 임차료 등 운영자금 조달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제조업이나 전문직에서 실직한 이들의 마지막 비상구가 자영업이다. 이마저도 문이 닫히고 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내년에도 경기가 크게 좋아질 가능성은 작다. 자영업자와 다중 채무자 등의 대출금 연체와 파산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당국은 머지않아 금융 부실 문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