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디펜딩챔피언 토론토 랩터스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카와이 레너드와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 실패하며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전력 누수를 겪은 팀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데뷔 4년차 파스칼 시아캄(25)이 레너드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주며 여전히 토론토는 동부 콘퍼런스의 강팀으로 군림 중이다.
토론토는 28일(한국시간) 13승 4패로 동부 콘퍼런스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최근 5연승이다. LA 클리퍼스로 이적한 레너드의 부재 외에 올스타 가드 카일 라우리, 수준급 빅맨 서지 이바카 등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들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호성적이다.
토론토 순항의 주인공은 단연 파워포워드 시아캄이다.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MIP) 수상자 시아캄은 올 시즌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현재 17경기에 출장한 시아캄의 기록은 경기당 평균 26득점 8.4리바운드 3.9어시스트다. 시즌 초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16.9득점 6.9리바운드 3.1어시스트)보다 모든 부문에서 기록이 크게 향상됐다.
올 시즌 앞두고 토론토는 시아캄에 운명을 걸었다. 토론토는 지난 10월 시아캄에게 4년 1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연장계약을 안겨 줬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었고 시아캄의 기량이 물오른 것도 1년 밖에 되지 않은 점에 비춰 구단의 이런 결단은 시아캄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케 한다. 시아캄도 팀의 기대에 훌륭히 부응하고 있다.
시아캄의 장점은 206㎝의 키에 대비해 훌륭한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갖춰 어떤 상황에서도 돌파 후 득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워포워드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팔 길이가 워낙 길어 제공권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36.9%)을 올 시즌(39.3%)에는 좀 더 향상시켜 수비수 입장에서는 붙기도 떨어뜨리기도 애매한 무서운 선수가 됐다.
레너드의 이적과 라우리의 부상으로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면서 야투 성공률은 지난 시즌(54.9%)에 비해 47.8%로 다소 감소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빛난다. 특히 지난 26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전에서는 종료 1분 전 2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카메룬 출신의 시아캄은 남들보다 다소 농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특유의 재능 덕분에 핸디캡을 딛고 성장하고 있다. 시아캄이 이끄는 토론토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