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 중심에 있는 유재수(사진)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관련, 정치권과 금융위원회 주변에선 그가 여러모로 남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시절부터 유 전 부시장을 알고 지냈던 여권 인사는 27일 “늘공(공무원 시험을 거친 공무원)이었지만 늘공 같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유 전 부시장은 1991년 행정고시 합격 후 총무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재정경제부 근무 시절 이례적으로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근무 때 노 전 대통령 주변에서 자주 보였다”며 “관료 출신들은 주로 정책실, 당에서 온 사람들이 부속실에 있었기 때문에 그도 당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책에 대해 유 전 부시장에게 자주 물었고, 그래서 행정관임에도 대통령과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은 2008년 금융위 근무를 시작한 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엔 국제부흥개발은행 파견, 국무조정실 근무 등 주로 외곽으로 돌았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7년 8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발탁되며 이목을 끌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유 전 부시장이 문 대통령은 물론 친노 인사들과 가깝다는 소문이 많았다”며 “금정국장으로 그치지 않고 금융위원장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정무위의 민주당 의원은 “보통 수석전문위원은 의원들을 어려워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는데 이 사람은 상당히 당당하고 자신 있어 보이고, 의원들을 어려워하지도 않았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은 돌연 병가를 갔고, 이때 청와대 감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에 명예퇴직한 그는 이듬해 4월 갑자기 민주당 소속의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됐다. 차관보급인 수석전문위원은 정부 측에서 복수로 추천하며, 당 정책위가 능력과 평판 등을 참고해 결정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 시절 문제가 보도된 적이 있어 금융위에 확인했는데 금융위에서 아무 문제 없다고 해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후 유 전 부시장은 4개월 만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거돈 시장과 인연이 있었고,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결정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유 전 부시장의 행보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유재수 감찰 농단’과 ‘황운하 선거 농단’ 그리고 ‘우리들병원 금융 농단’까지 3종 친문게이트가 이 정권의 민낯”이라며 “이제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나래 신재희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