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봉의] 방송통신 M&A 심사에 대한 제언

입력 2019-11-28 04:04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건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에 대해 조건부로 승인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국내 진출 등 급변하는 방송시장에서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했던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향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허가가 남아 있고, 특히 방송사업자 간 합병이 일어나는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도 필요하다. 과기부와 방통위는 공정위와는 결이 다른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과기부는 이번 M&A 심사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경쟁환경에 맞춰 기존 방송통신진흥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현 정부의 가계통신비 관련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알뜰폰 정책 역시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새로이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기부는 2010년 알뜰폰 제도를 도입한 이후 도매대가 인하 등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다. 그런데 이번 M&A로 알뜰폰 시장 1위 CJ헬로의 알뜰폰이 LG유플러스로 인수되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적절한 승인조건 부과 등으로 현 시장을 유지할지 아니면 시장 변화를 받아 들이고 기존 알뜰폰 정책을 새롭게 디자인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또 산업정책의 관점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신속성이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사업자들이 적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M&A 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심도 있는 심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M&A가 융합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순항하기 위해서는 심사 권한을 나누어 가진 과기부와 방통위가 유기적인 의견 교환과 협조를 통하여 남은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 게 관건이다.

정부에 면밀하고 신속한 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 이후 학계와 업계, 그리고 정부가 방송통신융합 M&A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과기부와 방통위가 조속히 그간의 고민을 담아 새로운 환경에 부합할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멋진 심사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