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사장車 호화개조 물의 빚자 셀프감사 ‘꼬리자르기’

입력 2019-11-28 04:05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재광 사장의 공용차량 호화개조 논란에 ‘셀프감사’를 하고 직원들에게 ‘주의’ 조치만 내리고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사장이 책임을 지는 조처는 별도로 없었다. 오히려 이 사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주의를 촉구하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HUG를 산하기관으로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자체 감사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정부부처 차원의 감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7일 HUG의 ‘2019년도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HUG는 공용차량 관리 업무를 부적정하게 한 이유로 경영관리처 관련자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 사장의 공용차량 호화개조 논란을 자체 감사한 뒤 내린 결론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기존 업무차량 2대(부산 HUG본사에 체어맨, 서울지사에 제네시스)가 있는데도 카니발을 추가 구입하도록 했다. 이 사장은 카니발을 개인용도로 써 ‘비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1100여만원을 들여 카니발 뒷좌석을 항공기 비즈니스석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불법 튜닝’을 했다.

카니발은 리스 차량이라 반납할 때 원상복구해야 한다. 뒷말이 무성해지자 HUG는 지난 8월 차량 내부를 원상복구했다. 국토부는 이를 인지하고 지난 8월 이 사장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공공기관 기관장은 사무실 및 관용차량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용해야 한다.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해야 함에도 임원사무실 이전 및 관용차 임차, 국회 자료제출 과정에서 부적절한 지시를 하는 등 직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있어 경고 조치한다’고 통보했다. 지난달에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HUG는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방만경영을 지적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이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HUG는 셀프 감사를 해 사실상 ‘꼬리 자르기’를 했다. 튜닝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만 문제를 삼았다. 튜닝 승인을 사전에 받지 않은 점만 문제였다는 결론이다. 불법 튜닝 지시를 누가 했는지는 밝혀내지 않았다.

HUG는 자체 감사를 마친 뒤 “경영관리처가 업무용 차량의 2열 좌석을 별도 시트로 교체하기 위해 시공업체에 의뢰했지만 튜닝 승인 신청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튜닝 작업을 완료했다”며 “사후 구조변경 승인업무를 의뢰하고 업체 측으로부터 구조변경 대상 차량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지만, 절차적 방법을 면밀히 조사하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관리처장은 순정부품으로 원상복구 조치를 완료했고,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노력을 철저히 할 계획임을 밝혔다. 사장은 ‘상근감사위원직무규정시행세칙’ 제17조에 따라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하길 바란다”고 명시했다. 사장의 책임은 사라지고, 사장이 직원들을 나무라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토부는 HUG를 대상으로 별도 감사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 8월 경고를 통보했고, HUG 자체 감사가 이뤄졌다는 게 이유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HUG가 감사를 통해 자체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처 차원의 별도 감사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