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와 건강

입력 2019-11-28 00:06

사람들이 가진 커다란 오해가 있다. 하나님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 밖에서 일하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신유와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은 신유와 상관이 없으며, 오직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병에 대해서만 하나님이 관여하신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의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하나님이 차지하는 영역은 적어진다고 본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이 죽음을 정복하게 되면 더 이상 하나님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커다란 오해일 뿐이다. 하나님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의 영역에서 일하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에도 일하신다. 창조주 하나님은 모든 것을 주관하는 섭리주이시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깊이 인정해야 할 영역은 도리어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의 영역에서다. 그것이 바른 믿음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고 하셨다. 왜 하나님은 모든 것을 허락하시고서는 오직 한 가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정해 놓으신 것일까. 그것도 눈만 뜨면 볼 수 있는 동산 중앙에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두시면서까지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과 삶은 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이 한 가지 일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였다. 하나님은 창조주이시고, 사람은 그분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사람이 선악 판단의 절대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선악 판단의 절대기준이심을 인정하고 그분의 뜻에 합당하게 살 때 인간은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담과 하와는 사탄의 거짓말에 속아 선악과를 따먹고 말았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하나님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들은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에게서 떨어졌다. 자기 뜻대로 사는 자들이 됐으며, 지옥 멸망을 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선악과 사건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진리 하나를 가르쳐준다. 참으로 하나님이 창조주시라는 사실을 믿는 자들은 그들이 행하는 모든 일에서 하나님을 의식하며 주님 보시기에 선하게 살고자 한다는 것이다.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이다. 죽음을 가져다주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존재가 생명을 가져다주는 생명나무의 존재를 부각시켜 주는 역설인 셈이다.

신유를 말할 때 사람들은 병에 초점을 맞춘다. 건강은 하나님과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병을 고쳐 주시는 이유는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신유를 말할 때 병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고 도리어 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술이 날로 발전해 사람이 치유할 수 있는 병들이 많아지는 것은 하나님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 의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해 주시고 허락해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인간이 가장 왕성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하나님을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으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인생이 된다.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선악과 이야기는 요한계시록의 생명나무 이야기로 이어진다. “또 그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하여 있더라.”(계 22:1~2) 새 하늘과 새 땅에서도 병이 있다는 말씀이 아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생명이 넘치는 건강한 삶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유지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신유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왔다. 신유는 하나님의 영역이고 건강은 사람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온 것이다. 그러나 신유의 은혜는 우리에게 건강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삼 1:2)는 말씀에 나타난 것처럼 영혼의 잘됨과 육신의 건강은 함께 간다.

사람의 영혼과 육체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것이다. 신유의 은혜를 통해 병 고침을 받을 때 영광 받으실 분이 하나님이시듯, 병원 치료를 통해 병이 나아도 영광 받으실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을 갖고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우리는 우리의 전 생애를 통해 오직 하나님만 높임과 영광 받으시도록 해야 한다.

오창균 목사<서울 대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