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혐의’ 지휘 무시한 경찰… 하명 사실이면 ‘국기 문란’

입력 2019-11-27 04:01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1년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황 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국민일보DB

울산지검은 지난해 3월부터 펼쳐진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를 ‘수사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야기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수사 지휘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승복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선거가 임박한 민감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재지휘를 건의해 가며 기소의견을 고집했다. 자유한국당은 ‘희대의 선거공작’을 주장하며 황 청장을 고발했었다.

검찰은 울산지검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로 황 청장 고발 사건이 이송된 이유를 공식적으로는 “사건 관계인 다수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법조계는 울산지검이 청와대의 하명에 따른 황 청장의 ‘표적수사’였음을 뒷받침하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결과라고 관측하고 있다. 선거개입 의혹을 배제하지 않는 검찰의 수사는 ‘무리수 첩보’의 근원을 찾아 경찰청, 청와대로 뻗어나갈 전망이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2017년 12월 29일 김 전 시장과 측근들에 대한 범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내려보냈다. 울산 경찰은 이를 근거로 내사를 펼치다 지난해 3월 13일 김 전 시장 등에 대한 범죄 인지를 하며 수사를 개시했다. 이날은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한 지 9일 뒤였다. 또 같은 해 6월 13일 지방선거까지 꼭 3개월을 앞둔 날이었다.

울산 경찰은 다른 지방청보다 토착비리 단속 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김 전 시장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대법원의 직권남용 판단 근거를 들어가며 세 차례 경찰에 수사 보완을 지휘했다. 그때마다 경찰은 이렇다 할 추가 수사 없이 기소의견으로 송치 지휘를 할 것을 거듭 건의했다. 김 전 시장은 측근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선거를 치렀고,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30일 무혐의 의견으로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박모씨 등의 사건을 송치하라고 지휘했지만 경찰은 지난해 12월 끝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송치 전날 황 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건 검찰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김 전 시장 첩보를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이냐” 하는 의문이 많았다. 울산경찰청이 자체 인지한 것을 경찰청으로부터의 하달이라고 가장했을 가능성, 경찰청을 통한 청와대의 하달일 가능성 등이 두루 거론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하명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기 문란”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017년 특별감찰반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무마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이 동시에 청와대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