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호주프로야구(ABL) 제7구단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다가 최하위에 머물렀던 질롱 코리아가 올 시즌은 환골탈태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방출자 등이 주축이었던 선수단이 국내프로야구(KBO) 1·2군급으로 구성되면서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덕분이다.
질롱은 지난 21일(한국시간)부터 열린 ABL 개막 4연전에서 지난 시즌 25승 15패를 기록한 시드니 블루삭스를 상대로 3승 1패의 우위를 점했다. 질롱은 지난해에도 시드니와 리그 개막 4연전을 치렀는데 모두 졌다. 물론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예단은 금물이지만 질롱은 7승 33패를 기록하고 독보적인 최하위에 그친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우선 팀 멤버가 완전히 바뀌었다. 방출선수 및 비지명선수들 위주로 짜였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 질롱은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들의 지원을 받아 팀을 구성했다.
그러다보니 알 만한 선수들이 제법 있다. 1년간의 공백을 거치고 내년 롯데로 복귀하는 베테랑 노경은이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약 5경기 정도 등판할 예정이다. 한화 이글스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유망주 박주홍 또한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꿰찼다. 야수진에서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마이너리거 배지환에다 백승현, 홍창기(이상 LG) 김대륙, 전병우(이상 롯데) 등 프로야구 1군에서 당장 활용될 만한 선수들이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확실히 좋은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이 나온다. 노경은은 개막전에서 4⅓이닝 동안 최고 구속 148㎞의 강속구로 1실점 호투했다. 박주홍도 지난 23일 6이닝을 책임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백승현은 5할이 넘는 맹타(13타수 7안타)를 휘두르고 있고 허일(롯데), 김주형(키움) 등이 4할이 넘는 타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호주 리그는 우리나라 외에도 반전의 무대로 삼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프로야구 유망주 등을 중심으로 각광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일본리그에서의 부진에 와신상담하며 지난 시즌 ABL에서 뛴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즈)는 호주에서 압도적인 성적(6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51)을 남긴 뒤 올 시즌 맹활약(13승 7패 2.91)하며 프리미어12 대표팀까지 선발됐다.
전 질롱 단장인 박충식 사이버한국외대 감독은 “ABL은 실전 경기를 치르며 외국 선수들의 기량과 힘을 직접 경험할 수 있고, 비시즌 몸을 만들 수 있어 국내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