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한·미 간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으로) 한·미 간 신뢰와 상호 소통이 강화된 만큼 이를 토대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핵 문제 공조, 역내 협력 강화를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관련 합의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피력한 것이다.
이 대사는 지소미아 연기 결정을 둘러싼 한·일 합의에 미국이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사는 “외교적 협의를 다 공개하기 어렵지만 초반에 완강하던 일본 측의 입장에 변화가 생기고 지난 22일 한·일 간 합의에 이를 수 있게 된 자체만으로도 미국 측의 건설적 역할이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또 “미국이 한국을 주로 압박하는 것으로 비쳤지만 실상은 미국 고위 인사들이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한·일 간 합의를 독려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미의 긴밀한 협력하에 한·일 합의가 이뤄진 점은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그러면서 “이번 한·일 합의가 ‘누구의 승리다’ 혹은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하기보다 한·일 간 진지한 협상과 미국의 독려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판단한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로 한국에 대한 방위비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부인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았다.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일을 다른 것과 관련 짓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연기와 방위비 협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대해선 “긍정적이며 희망을 안겨줬다”고 반겼다. 다만 한·일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조연으로서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이 있다”면서도 “우리의 개입은 장기적이지는 못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일 간 역사·무역 분쟁에 대해선 깊게 개입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