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홀로서기, 청년은 공직 선호… 미래가 불안한 한국

입력 2019-11-26 04:02

한국의 노인층과 청년층 모두 불안한 미래에 신음하고 있다. 노인 10명 중 7명은 자식에게 기대지 못한 채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각자도생’에 내몰린다. 청년 10명 가운데 4명은 도전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공공 일자리’를 원한다.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누구도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불러온 현상이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60세 이상)의 69.9%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10년 전보다 9.9% 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자녀, 친척 등 가족으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노인은 줄었다. 10년 동안 비중이 31.4%에서 17.7%로 크게 줄었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는다. 수명이 늘고 고령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들은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60세 이후에도 일터를 떠나지 못한다.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노인들의 절반 이상은 ‘근로소득·사업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 다음이 연금과 퇴직급여(26.2%), 재산소득(9.5%) 순이다.

특히 노인들은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생활비를 벌기도, 자식에게 말하기도 어려운 노인들은 ‘국가’에 의존한다. 생활비를 정부·사회단체로부터 받는 노인 비중은 12.4%로 10년 전(8.6%)보다 대폭 증가했다.

나이든 부모가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면에는 자녀 세대의 팍팍한 삶도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3~29세)이 신호하는 직장으로 국가기관(22.8%), 공기업(21.7%), 대기업(17.4%)이 주로 꼽혔다. 절반에 육박하는 44.5%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창업이나 해외 취업, 벤처기업 등의 선호도는 낮았다. 2% 성장률도 버거운 경제 여건에서 청년층이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주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꿈보다는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셈이다.

같은 공공부문 일자리에서도 미묘한 변화의 흐름이 포착됐다. 공무원(국가기관) 선호도는 2017년 조사(25.4%)보다 낮아진 반면 공기업 선호도는 2년 전(19.9%)보다 높아졌다. 올해 공기업 선호도는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공무원과 비교해 연봉이 높고 근무환경이 좋다는 점, 공기업들의 지방 이전으로 지역인재 채용이 늘어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공무원 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자가 자녀, 친척에게 생활비를 의존하는 비중이 10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청년층은 직업을 선택할 때 수입과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