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소모적 논란 중단하고 후속 협상에 집중해야

입력 2019-11-26 04:02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유보 결정 이후 한·일 간 후속 협상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양국 정부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고위 인사들이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거나 “퍼펙트 승리”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이 자국 여론을 의식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 유보 결정과 관련한 발표를 양국이 동시에 한다는 약속도 어기고 늦게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단을 사전에 약속해 협의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가 우리 정부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

두 나라가 다음달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국장급 대화를 재개키로 합의한 것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사안들이다. 양국이 파국을 막고 대화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조차 “양쪽 모두 미국의 강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한 발짝 물러섰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 등의 발언에 대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일본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일본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라고 말한 것은 일면 적절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향후 후속 협상을 위해서도 갈등을 악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내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으나 어렵게 봉합된 지소미아 갈등을 다시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정부도 지소미아를 지렛대로 미국의 개입을 유도해 결국 일본을 대화로 끌어들였다고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수출 규제 중단 등 실질적 성과를 내는데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중단을 이끌어 내려면 한·일 갈등의 핵심인 일제 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본은 징용 배상 문제에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수출 규제 중단과 관련해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회사 재산이 연말쯤 현금화를 위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