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강화·외국인 ‘팔자’… 연말 ‘산타 랠리’ 가물가물

입력 2019-11-26 04:08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산타 랠리’ 기대감은 옅어지고 있다. 산타 랠리는 크리스마스와 신년 전후로 주가지수가 오를 때가 많아 생겨난 표현이다. 하지만 올해는 외국인의 ‘팔자’가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과세 기준일 전까지 주식을 팔려는 ‘슈퍼 개미’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매물이 늘어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매년 연말마다 주가가 힘이 없는데 올해는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4월 1일부터 대주주의 주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코스피·코스닥 종목별 15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낮아진다. 2021년부터 이 기준은 3억원까지 내려간다. 이 경우 우량주나 배당주를 대거 보유한 개인 투자자 가운데 대주주로 편입되는 사례가 늘어난다. 현재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거래세를 내지만 양도 차익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다만 세법상 ‘대주주’가 된다면 개인이라도 차익 규모에 대해 최대 27.5%(지방세 포함)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종목별 대주주 판단 시점은 직전 사업연도의 사업종료일이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 12월 26일(주주명부 폐쇄일)이다. 가령 이날 주식 평가액 15억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내년 4월에 주식을 팔아 시세 차익을 거두면 250만원을 공제한 후 22.0~27.5%(지방세 포함) 세율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종목당 보유 규모를 따지는 데는 직계존비속, 배우자 보유분도 포함된다. 그나마 종목당 평가액이 10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일 경우 내년 3월까지 양도세를 비과세한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과세를 피하려면 주주명부 폐쇄일 전에 보유 주식을 줄여둘 필요가 있다”며 “통상 개인 매도세는 12월 8~12일을 기점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대주주 요건이 해마다 낮아지면서 연말 증시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2013년까지 코스피의 경우 종목당 지분 평가액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세법상 ‘대주주’가 됐다. 이 기준은 2014년 50억원에서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점점 낮아졌다. 이에 따라 2017~2018년 12월에는 2년 연속 개인들이 순매도에 나섰다. 올해도 개인들이 많이 사고 주가가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7일 이후 12거래일 연속으로 ‘팔자’에 나섰다. 누적 순매도 금액이 2조2148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중국 A주 비중을 늘리고 한국 증시 비중을 줄이는 ‘리밸런싱(조정)’을 앞두고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대주주 양도세 이슈와 MSCI 지수 조정이 던지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된 돌발 악재를 제외하면 MSCI 수급 이슈가 마무리된 이후 코스피가 상승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MSCI 지수 조정이 끝나면 외국인 수급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