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는 이번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꼭 통과시켜야

입력 2019-11-22 04:03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는 금융사들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난주 금융 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뒷북 처방에 불과하다. 이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의 경우 분쟁조정을 통해 일부를 구제받을 수 있을 뿐이다. 금융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후 구제는 물론이고 사전에도 규제가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DLF 사태 해결의 본질은 소비자 보호라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금소법 제정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2011년 처음으로 발의됐다. 그런데 국회에만 가면 깊은 잠에 빠져든다. 10년 가까이 기약 없이 표류해 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소법은 금융위 발의안과 의원 발의안 등 모두 5건이다. 대부분 공통적으로 금융사의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비자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금융 당국의 판매제한 명령권, 소비자의 위법계약 해지권, 소비자가 아닌 금융사의 위법 여부 입증 책임 등도 포함돼 있다. 의원 발의안에는 위법행위가 악의적일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피해자 모두에게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집단소송제 등의 제도적 장치도 있다.

문제는 허송세월을 보낸 국회의 직무유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입증 책임 전환 등이 여야 간 쟁점으로 남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들 쟁점 사안이 현행 소송법 원칙 등과 배치되고 금융사 영업활동이 위축된다는 이유에서다.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야 간신히 정부안 중심으로 통과됐다. 이제 상임위와 본회의가 남았다.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뼈대는 반드시 담겨야 한다. 금융소비자 없이는 금융산업의 발전도 없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이다. 그러려면 소비자보호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금소법이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