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에게는 더 괴로운 계절이다. 추위에 야외활동이 제한되면서 비타민D 생성이 줄고, 저기압으로 관절강 내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관절이 아프고 시린 느낌이 심해진다고들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몸의 면역체계가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을 일으켜 점진적으로 관절 손상이 진행되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10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자가면역 질환 중에서도 비교적 흔하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약 3배 많고, 특히 폐경기인 50대 전후에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종종 관절의 노화에 의한 염증인 퇴행성관절염으로 오인되기도 하는데 발병 원인과 치료방법이 완전히 달라 잘 구분해야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관절염으로 손가락, 손목, 발 등의 작은 관절에 부종을 동반한 통증이 신체 양쪽의 같은 관절에서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침에 특히 관절에 뻣뻣한 느낌과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조조 강직’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서서히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환자의 약 3분의 1은 체중 감소·피로감·발열 등 심한 전신증상을 동반하면서 갑자기 발병하기도 한다.
조기진단과 치료가 안 되면 2년 이내에 관절이 변형될 확률이 70%에 가깝다. 변형된 관절은 다시는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치료를 하지 않으면 관절뿐 아니라 폐, 피부, 혈관, 신경계, 눈, 심혈관계에도 이상을 초래해 사망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고, 진단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를 권한다.
면역상태에 따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데 조기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하면 진행을 최대한 늦추고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약물은 조기에 스테로이드제와 비스테로이드성소염제로 심한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면서 동시에 항류마티스제 및 생물학적제제 등과 같은 면역억제제를 중증도 및 기저질환에 맞게 선택해 사용한다. 특히 생물학적제제는 몸속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기존 약제보다 염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크고 질병 진행을 차단해 관절 손상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다만, 환자에 따라 약제 선택이 다르고, 약제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치료 방법과 약제들이 발전하면서 치료 환경도 매우 좋아져 다른 만성질환들처럼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꾸준함’이다.
증상이 의심이 되면 바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진단이 된 후에는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끊는 등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의사와 환자 모두 긴 호흡으로 질환을 바라볼 것을 권하고 싶다.
천윤홍 경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