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많이 쓰는 편이다. 거의 매일 2~3시간씩 깊은 밤에 온종일 생각하고 구상했던 것들을 정리한다. 목회 관련 국내외 최신간 도서와 자료를 참고하며 연구 내용을 책으로 만든다.
그러나 가장 힘든 작업은 누가 뭐래도 설교를 만드는 일이다. 한 편의 설교를 쓰기 위해서는 제목에서부터 본문 선택, 자료 모음, 구상, 교회 안과 밖의 상황 인식, 시대와 문화의 적실성, 해석과 적용, 회중 이해까지 종합예술작품이나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것과 같은 고도의 실력이 요구된다.
설교자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는 물론 본문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더해진다. 이것이 설교자를 더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설교 자체가 주는 압박감은 무엇보다 크다. 그래서 설교는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게 모든 목사의 불문율처럼 됐다.
심지어 많은 목회자가 ‘목회자에게 가장 심한 스트레스가 설교’라고 답할 정도다. 25~50분의 설교이지만 그 설교가 만들어지기까지 설교자가 겪어야 할 길고 긴 여정은 피눈물을 흘리는 고통의 산실이다.
설교는 원고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령의 강력한 임재와 인도가 앞서야 하므로 설교자의 기도가 충분히 밑받침되지 않으면, 윤리 수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귀에 듣기 좋은 연설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말씀의 능력이 나타나거나 회중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이처럼 목사에게 설교가 점점 더 넘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지는 원인은 자기 자신을 극복하지 못한 데 있다. 오늘날은 정보화 시대, 디지털 시대, 스마트 시대, 미디어 시대다. 수많은 설교가 TV와 인터넷에서 넘쳐난다. 이를 통해 유명한 목사의 설교를 들을 수 있고 설교문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설교만 제공하는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도 많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설교를 준비하는 설교자가 적지 않다.
나는 21C목회연구소를 시작할 때부터 연구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도서를 출간하는 데 역점을 뒀다. 실제로 지난 20여년 동안 목회 전문 도서만 400여종을 출판했다. 한국에서 개인 목회연구소가 이렇게 많은 창작 도서와 자료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목회자들의 토양은 점점 책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책을 향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다.
연구소뿐 아니라 기독교 출판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원인 중 하나도 목회자들의 도서 구매 급감이다. 목회자들에게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책을 가까이하는 것이다. 목사는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설교를 할 수 없다. 적어도 하루에 2~3시간씩 성경과 함께 목회 전문 서적을 깊이 탐구해야 질적 향상이 가능하다.
최소 하루 2~3시간은 기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위대한 설교는 깊은 영성과 끊임없는 기도에서 만들어진다. 목회자들은 설교의 테크닉 스타일 이미지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우선 좋은 책들과 씨름하고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는 데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
설교는 설교자의 삶이 만들어주는 결실이다. 한 편 설교를 위해 설교자는 자신을 바쳐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체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설교자는 웅변가 만담가 탤런트 배우가 아니라 강력한 성령이 임재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미국 최초 흑인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가 존 오트버그의 책 ‘예수는 누구인가’에 쓴 추천사다. “장로교 목사의 딸이자 손녀인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멘로파크장로교회 교인으로서 존 오트버그의 ‘이 남자는 누구였는가’라는 설교 시리즈를 들으며, 내 사촌(역시 장로교 목사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내용이야.’ 그 운명의 일요일 이후 우리의 실존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작곡할 때마다 악보 머리에 JJ.라고 썼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여, 도와주소서’(Jesus, Juva)라고 고백하고 주님이 응답하실 것을 믿는다.”
설교의 힘은 설교를 듣는 회중의 변화에 있다. 설교자가 설교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설교를 듣는 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쉽게 말해 설교 시간에 고개를 숙이거나 졸고 있는 성도가 몇 명인가를 보라는 말이다.
설교는 설교자 자신의 만족보다 청중의 변화에 의해 평가된다. 한국교회에 변화가 일어나려면 설교의 대상이 바뀌어야 한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그의 책 ‘설교와 설교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교수나 박식한 사람들만을 위해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회중을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할 일은 회중 가운데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학문적이고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현실적으로 되십시오. 사람들을 생각하십시오. 여러분은 바로 그 사람들에게 설교하기 위해 강단에 서는 것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설교 흐름은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설교다. 서로 간의 질문과 응답,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쌍방 연결 방식을 의미한다. 설교자들은 무릎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설교에 대해 깊이 성찰하며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과감히 고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