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제주 차귀도에서 서쪽으로 76㎞ 떨어진 해상에서 29t 갈치잡이 어선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선원 1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졌다. 이곳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풍랑주의보까지 발령돼 구조 당국의 실종자 수색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오전 7시5분쯤 경남 통영 선적 갈치잡이 어선 대성호에서 화재 발생 신고가 접수되자, 즉각 헬기와 경비함정, 구조대를 급파했다. 오전 8시15분쯤 사고 해역에 헬기가 도착했지만, 이미 대성호는 선체 상부가 전소돼 약간의 불씨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1시간쯤 뒤 경비정이 도착해 구조요원을 선체로 보냈지만, 화재가 계속돼 어선 탑승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불이 붙은 대성호는 오전 9시40분쯤 전소돼 전복됐으며 뒤집힌 상태로 표류하다, 두 동강이가 난 상태로 선미 일부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고 어선에는 경남 통영과 사천, 부산 연제구 등으로 주소가 기재된 한국인 6명과 베트남인 6명 등 선장과 선원 1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해경은 오전 10시37분쯤 사고 현장 남쪽 7.4㎞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선원 1명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사망한 선원은 경남 사천에 거주하는 1959년생 김모씨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으며 의식과 맥박, 호흡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조자는 얼굴 부분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나머지 11명은 현재까지 실종상태다.
해경은 해경구조대 소속 잠수사를 투입해 두 차례 수중 선내 수색을 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화재 사실은 대성호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다른 어선 A호가 해경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A호는 19일 새벽 3시에 사고 어선과 교신한 뒤 새벽 6시께 다시 교신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사고가 새벽 4시를 전후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호와 대성호가 마지막 교신을 나눈 시간이 새벽 3시이고, 대성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최종적으로 꺼진 시점이 오전 4시15분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대성호의 마지막 신호는 최초 신고 해역에서 남동쪽으로 5.5㎞ 떨어진 해역에서 잡혔다.
백학선 제주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브리핑에서 “선미에 선원 침실이 있는 것으로 도면상으로 나와 있지만, 화재 정도가 심해 침실 위치 등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며 “조타실이 전소하고 선수까지 불길이 확산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대성호는 지난 8일 오전 10시38분 경남 통영항에서 갈치잡이를 위해 출항했으며 지난 18일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해당 어선은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확인됐다.
해경은 선주와 베트남대사관을 통해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렸다. 한국인 선원 가족 9명은 오후 김해공항을 통해 제주로 들어와 해경으로부터 사고 경위와 수색 상황을 들었다.
사고 해상에는 3m의 높은 파도가 일어 실종자 수색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해상구조지침에 따라 가을철 통상 수온(19~20도)을 기준으로 실종 선원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24시간으로 보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제주를 찾았으며,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는 광역구조본부가 차려졌다.
통영=이영재 기자,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